큰숲 맑은 샘/셀에 대한 이야기

토마토 예찬(2008.7)

안산차도리 2010. 6. 27. 23:27

토마토 예찬

장길수_광명 선한교회 목사

 

나는 과일을 좋아한다.

과일 싫어하는 사람이 어디 있을까보냐만은 몸에 좋다는 보신탕, 추어탕은 죽어도 못 먹겠다고 손 사레

치면서도 과일만큼은 가리지 않고 다 먹는다.

오래전 동남아 열대국가에서 생활할 때 어떤 분이 과일의 황제라는 '두리안'을 사온 적이 있었다.

그때 두리안의 독특한 생고무 냄새가 역겨워 아무도 먹으려 하지 않았을 때 나 혼자 그 과일을 다 먹었다.

사실, 그 과일의 맛이 있어 먹었다기 보다는 비싼 과일이었기에 버리기 아까워 억지로 다 먹었던 것인데...

그 이후로 나는 '과일에 환장한 놈'이란 소리를 한동안 들어야 했다.

 

과일은 인체에 필요한 비타민 등 모든 요소를 가진 종합 영양소이다.

그래서 '제철 과일은 보약이다'라는 말도 있다.

많이 먹는다고 고혈압, 당뇨, 비만과 같은 성인병에 잘 걸리지도 않는다.

숨을 못 쉴 정도로 배부르게 먹고도 디저트로 과일을 찾는 것도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나는 과일을 좋아한다. 과일 중에 토마토를 더욱 좋아한다.

토마토를 냉장고에 넣어 시원하게 만든 다음 크게 한 입 베어 무는 순간이 제일 행복한 시간이다.

후루룩 소리를 내며 토마토를 먹는 나에게 '아빠는 토마토가 그렇게 좋아?'라고 묻는 딸 녀석의 질문에

"엄마 없이 살 수는 있어도 토마토 없이 못산다"고 했다가 아내에게 꼬집힌 적도 있다.

그만큼 토마토를 좋아한다.

 

많은 과일 중에 유독 토마토를 좋아하는 까닭이 있다.

어렵고 가난한 어린 시절 먹을거리라고는 옥수수와 감자가 거의 전부였던 그때에 어머니가 토마토를

심으셨다. 토마토 묘목이 자라 파랗게 토마토가 열리면 빨갛게 익을 때까지 참지 못하고 파란 토마토를

몰래 땄다가 형제들의 고자질로 들켜 혼난 적이 있었다.

익지 않은 토마토를 땄다고 야단을 치시는 어머니에게 "겉은 파랗지만 속은 익었을지 누가 알아요?"라고

말했더니 어머니는 "토마토는 겉과 속이 똑같은 과일이란다. 겉이 파랗다면 속도 파랗고, 겉이 빨갔다면

속도 빨갔단다."라고 말씀하셨다.

그 사건 이후 나는 토마토를 '겉과 속이 똑같은 정직한 과일' 로 우러러 보게 되었다.

 

토마토는 이런 정직한 면 외에도 껍데기며 씨며, 하나 버리지 않고 먹는 과일이기에 좋아한다.

다른 과일은 껍질을 벗기는 수고와 씨를 발라내는 수고가 있어야 하지만 토마토는 그런 수고를 할 필요

없이 통째로 먹을 수 있어 좋다. 그런가 하면 으깨지고 짓눌러져 토마토캐첩이 된다.

이왕 사람을 위해 희생 할 바에는 하나에서 열 까지 모든 것을 다 주는 모습이 마치 십자가에 달리신

예수 그리스도를 닮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토마토에 '축복의 과일'이라는 또 다른 별명을 지어

주었다.

 

토마토는 화려하거나 달콤한 맛은 없어도 이러한 특성으로 인해 나는 토마토를 가장 좋아한다.

"빨갛게 토마토가 익어가면 의사들의 얼굴이 토마토 색깔이 된다."는 유럽 속담처럼 건강과 몸에 좋기에

토마토를 좋아하는 것도 있지만 진실 되고 희생적인 모습을 지닌 과일이기에 더욱 좋아한다.

 

교회도, 성도도 토마토를 닮아야 한다. 크고, 화려하고, 달콤함은 없을지라도 진실해야 하고 희생적인

토마토를 닮아야 한다.

말씀과 행함이 일치되고, 교회 안에서나 교회 밖에서도 거룩함과 신실함이 묻어나야 한다.

또한 낮아지고 으깨어지면서도 나보다 남의 유익을 위해 희생하는 토마토와 같은....

그리스도를 닮은 교회와 성도가 되어야 한다. 그러한 삶의 모습이 교회와 그리스도인의 본질이다.

 

나는 토마토를 좋아한다. 하나님께서도 토마토를 닮은 교회를 분명 좋아하실 것임을 또한 확신한다.

 

 

큰숲맑은샘 2008년 7월호 'About cell'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