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숲 맑은 샘/셀에 대한 이야기

나는 행복합니다! (2008.04)

안산차도리 2010. 5. 17. 09:12

나는 행복합니다!

이평강 목사

 

"한 주간 가장 행복했던 이야기를 나누어봅시다."

셀 리더가 아이스 브레이크(Ice Break)로 말문을 열었습니다.

한 주간 행복했던 일이 무엇이었는지 곰곰히 생각해 보았지만, 딱히 생각나는 것이 없었습니다.

 

'가만 있어보자... 내가 월요일에 뭐했지? 화요일은, 수요일...'

아무리 생각해도 내가 어떻게 살았는지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갑자기 머리가 '띵'해졌습니다.

'내가 뭐하고 살고 있나?'

앞만 보고 달리는 브레이크 터진 벤츠처럼,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나의 즐거움과 행복이 뭔지 잊고

살았나 봅니다.

 

그러고 보니 창 밖에 봄이 와 있었습니다. 나뭇가지에 묻은 차가운 기운을 엊그제까지 느꼈는데,

봄이 와 있는 모습을 보고 또 한번, '내가 뭐하고 있지?' 갑자기 여러 마음이 교차했습니다.

'나의 행복은 뭘까?'

다른 사람들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사이 문득 지난 밤에 아내랑 나누었던 이야기가 생각났습니다.

 

말수가 없는 경상도 남자에게 가장 힘든 건, "여보, 재미있는 이야기 좀 해봐요"입니다.

'뭐가 재미있지?'

눈을 끔뻑끔뻑 거리다가 오늘 있었던 이야기를 쏟아내고 나면,

"그것 말고.... 당신은 꼭 보고서 올리는 것처럼 말하네. 그냥 이런 저런 이야기 말이야."

"이런 저런 이야기?"

한참 동안 생각 했는데, 그게 뭔지 모르겠습니다.

갑자기 뒷골이 당기고, 가슴이 답답해 오는데, 주체할 수 없는 것은 '나는 감정을 잃어버린

사람인가?'라는 공허함이었습니다.

이렇게 시작한 아내와의 대화는 어느덧 2시간이 훌쩍 넘었습니다.

그때야 내가 비로소 아내가 원하는 재미있는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 아내에게 재미있는 이야기는 유머나 개그가 아니라, 바로 대화구나'

 

드디어 제 차례가 되었습니다.

근데 나는 이 이야기를 하지 않았습니다. 왠지 이 이야기는 그냥 내 행복 속에 묻어 두고 싶었습니다.

십여년 동안 내 삶의 지기였던 아내로부터 내가 행복한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미 봄이 내 옆에 와 있었던 것처럼, 내 행복은 이미 내 옆에 있었던 것입니다.

"아~ 나는 행복합니다."

 

큰숲맑은샘 2008년 4월호 Cell About 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