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숲 맑은 샘/성경속의 여인들

구약 시대의 신데렐라 룻

안산차도리 2010. 5. 14. 19:09

구약 시대의 신데렐라
이수영

 

며느리 시집보내기 대작전
요즘 여자들은 우스갯 소리로 시댁의 '시'자가 들어간 시금치도 먹기 싫다고 합니다.

아무래도 시댁은 어렵고 불편한 점이 있기 마련이지요.
하지만 룻은 달랐습니다.
남편이 죽고 혼자가 되었지만, 시어머니인 나오미를 따라, 그것도 시어머니의

고향 마을까지 함께 따라옵니다.  게다가 나오미가 섬기는 하나님을 자신도 섬기겠다는 믿음의 고백도

하면서 말입니다.


룻의 시어머니인 나오미는 자신의 남편도 일찍 세상을 떠났기 때문에, 혼자 사는 여자의 어려움을 잘

알았습니다. 자신을 따라 고향인 베들레헴까지 다라온 룻이 기특했지만, 한편으로는 안쓰러운 마음이

들었지요. 자신을 봉양하기 위해 밭으로 나가 땅에 떨어진 이삭이라도 주워 오겠다는 며느리 룻을 볼

때마다 마음에 빚을 진 느낌이었습니다.

 

룻이 떨어진 이삭을 줍던 밭은 나오미의 먼 친척 뻘 되는 보아스의 소유였습니다.

우락부락한 남정네만 가득한 밭에 다소곳하고 참한 젊은 여인이 소심하게 떨어진 이삭을 줍고 있는 것을

남자인 보아스가 놓칠리가 없겠죠. 일꾼들을 시켜 룻에게 양식을 한 아름 안겨줍니다.

대외적으로는 "당신이 시어머니를 극진히 봉양한다는 소문을 듣고 감동해서 베푸는 것이오"하며 선비처럼

말했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작업 멘트였을 뿐,

이미 룻의 고운 심성과 참한 모습을 마음에 두고 있었지요.


룻에게 자초지종을 들은 나오미는 '옳거니!'하며 무릎을 칩니다.

역시 연륜에서 나오는 노련함은 따라 올 수가 없지요.

나오미는 며느리 룻을 시집보내기 위한 프로젝트를 계획합니다.

 

재벌2세와의 러브 스토리
요즘 드라마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소재가 있습니다. 바로 재벌2세와의 사랑입니다.

어쩌면 그렇게도 우연히 잘 만나고 사랑에 빠지는지 우연 자체가 필연인 것처럼 흔하지만, 재미있는 소재

이지요.
룻과 보아스도 우연히 만났습니다.  
또 드라마처럼 보아스는 마을에서 알아주는 힘과 돈이 있는 권력자

였고, 룻은 시어머니 딸린 과부였습니다.

나오미는 모든 악조건에도 불구하고 며느리의 팔자를 고쳐주겠다고 다짐합니다.

그래서 룻에게 넌지시 은밀한 미션을 제안합니다.

보아스가 침대에 누울 때 그 발치 아래 누워 있다가 그에게 이불 좀 덮어달라는, 얼굴이 철판이 아니고서야

할 수 없는 일을 시킵니다.
룻은 부끄러웠지만 나오미의 말대로 순종했습니다.

그랬더니 글쎄, 보아스가 싫어하기는 커녕, 나오미의 땅을 사서 되돌려주겠다는 약속까지 하는 것이

아닙니까! 이것은 '귀여운 여인'의 줄리아 로버츠 만큼이나 꿈같은 이야기였습니다.

어른 말을 들으면 자다가도 떠깅 생긴다는 말을 실감하는 일입니다.


그 당시에는 형편이 좋지 않은 친척의 빚을 대신 갚아주거나,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의무가 있었습니다.

보아스보다 더 가까운 친척이 마을에 살고 있었죠.

까딱하다가는 다른 사람이 나오미와 룻의 생계를 책임져야 할 상황입니다.

그러자 보아스가 꾀를 씁니다.

자신보다 더 가가운 친척을 불러 놓고, 마을 의 장로들 앞에서 겁을 준 것이지요.

나오미와 룻의 생계를 책임지려면, 룻도 함께 책임져야 한다고 말입니다.

아니, 생계야 그렇다 치고 그 가까운 친척은 무슨 죄가 있어서 생뚱맞게 룻을 책임져야 합니까?

당연히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었음은 두말 할 것도 없지요.

이때다 싶어 보아스는 그럼 두번째로 가까운 자신이 땅을 사서 나오미에게 돌려주는 것은 물론, 룻과 결혼

하겠다고 약속합니다.

그 소식을 듣고 누구보다도 발 빠르고 노련하게 작전을 지휘한 나오미가 가장 기뻐했을겁니다.

물론 며느리 시집보내기 작전은 대성공이었지요.

 

거룩한 계보의 연결고리
룻은 신데렐라입니다.

아무것도 가진 것 없이 남의 밭에서 눈치보며 덜어진 이삭을 줍던 재투성이 아가씨, 아니 재 투성이 과부

였습니다. 하지만, 어른에 대한 도리를 다하며, 무엇보다도 나오미의 하나님을 마음 속에 모시고, 섬겼기

때문에 보아스라는 왕자님을 만날 수가 있엇습니다.

룻은 더 이상 재 투성이 아가씨가 아니었습니다.
시편에서 솔직하고 아름다운 시를 쏟아내던 위대한 왕 다윗의 증조모로 기억됩니다.
자칫하면 끊어질 수도 있었을 거룩한 가문을 과부인데다 이방인이었지만 '순종이 제사보다 낫다'라는 말을

확인 시켜 준 여인 룻을 통해 이어나갈수 있었습니다.

 

큰숲맑은샘 2008년 3월호 성경 속 여인 이야기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