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의 여자 하와
이수영
아담, 내 손 안에 있소이다.
'남자는 여자하기 나름이예요' 오래전 크게 유행했던 광고 카피를 기억하세요?
여기 여자에게 휘둘려 인생, 아니 가문을 망친 남자와 그 아내기 있습니다.
바로 최초의 인간인 아담과 하와입니다. 하나님께서 흙으로 빚으신 아담의 갈비뼈로 만들어진 하와는
아담에게 아내이자 친구였으며, 하나 밖에 없는 인간이라는 동지였습니다.
세상 온 천지를 둘러봐도 인간의 모습을 한 존재는 아담과 하와 둘 뿐이었습니다.
그러니 아담에게 하와가 얼마나 소중한 존재였을까요.
처음에는 "내 갈비뼈로 만들어진 주제에..."하며 우습게 보던 아담도 자신과는 다르게 나긋나긋한 목소리에
부드러은 살결을 가진 하와에게 푹 빠져버렸습니다.
"하와, 당신은 내 뼈 중의 뼈요, 살 중의 살이오"하며 요즘과는 차원이 다른 작업 멘트를 날리며 청혼을
합니다. 그들은 한 몸처럼 곡 붙어 다녔습니다.
하와가 원하는 것이라면 저 하늘의 별과 달일지라도 수십번은 더 따다주었을 것입니다.
여왕 대접을 받고 사는 것처럼 하와에게는 걱정할 것이 하나도 없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아담을 먼저 만드셨지만, 그런 아담을 꽉 잡고 사는 건 하와였습니다.
부끄러움에 눈 뜨다.
요 에덴동산은 지금으로 치면 타워팰리스와 같았습니다. 하나님께서 아무것도 부족하지 않도록 완전
하고도 완벽한 곳에 이 부부가 살도록 해주셨죠.
아담이 하는 것이라고는 하나님께서 만들어 놓으신 각종 동, 식물에 이름을 붙이는 것이었습니다.
너는 개똥벌레가 되어라, 너는 호랑나비, 너는 뽕나무가 좋겠는걸.
아담은 수 많은 살아있는 것들에 이름을 붙여주느라 정신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가금은 하와와의 데이트를 잊어버리기도 했지요.
하루종일 작명에 힘쓰는 아담을 따라 다니다 살짝 마음이 상한 하와 앞에 뱀 한 마리가 스르르 나타납니다.
바로 사탄이었죠. 그리고 하나님게서 먹으면 정녕 죽으리라고 경고하신 선악과를 따 먹으라 유혹합니다.
하와는 보기에도, 먹기에도 좋아 보이는 선악과 열매를 홀랑 따먹고선 남편 챙기는 건 역시 마누라 밖에
없다고 아담에게도 강추합니다.
선악과를 먹어버린 이 철없는 부부는 다행히 죽지는 않았습니다.
죽기는 커녕 눈이 너무 밝아져 안 보이던 것까지 보이게 되었죠. 발가벚은 자신들이 부끄러워졋습니다.
허겁지겁 몸을 가리느라 바빠 예전처럼 알몸 데이트는 꿈도 꾸지 못했지요.
부끄러움을 느낀다는 것은 더 이상 순수하지 못함을 의미합니다.
잘잘못을 따지게 되고, 정죄하기를 힘쓰며, 계산적인 모습이 되었다는 것,
즉, 이 사건으로 인해 하나님께서 만드신 완전한 모습에서 죄인이 되어 타락의 문턱에 서게 된 계기가
되었습니다.
하와가 남긴 주홍글씨
선악과를 먹게 됨으로 아담과 하와가 받아야 할 벌은 분명히 '죽음'이었습니다.
영생을 의심치 않았던 인간에게 하나님은 죽음이라는 큰 벌을 내립니다.
뒷짐 지며 만물에 이름을 붙여주던 아담의 주업은 이제 부업이 되었습니다.
땀 흘리며 수고하지 않고서는 아무것도 공짜로 얻어지는 것이 없게 되었으니까요.
그나저나 하와는 더 큰 일입니다. 왕비처럼 지내던 지난 날과는 안녕을 고해야합니다.
왕비는 커녕 이제는 지아비를 섬겨야 할 아녀자로 평생을 살아야 합니다. 그뿐만이 아닙니다.
열달 꼬박 아이를 품어 살을 찢는 고통을 참아 출산을 해야 하며, 타워팰리스보다 더 훌륭했던 에덴동산
에서 쫓겨나 반 지하 셋방으로 옮겨야 할 형편입니다.
겨우 과일 한 알 먹은 댓가치고는 너무 가혹한 형벌이지요.
하나님의 미니어처인 인간은 세상에 나오자마자 얇은 귀를 펄럭펄럭 휘날리며 갈팡질팡하다가 사탄에게
카운터펀치를 맞았습니다. 그리고 아직까지도 세상에 사는 동안 인간은 죽음이라는 굴레를 벗어나지
못합니다. 그 모든 것은 하나님의 말씀을 하챦게 여긴 하와의 어리석음에서 시작되었지요.
죄의 시작은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작습니다.
그렇지만 죄의 삯은 사망이라 하신 것처럼 우리에게 남겨질 주홍글씨는 깊디 깊습니다.
큰숲맑은샘 2008년 2월호 성경 속 여인 이야기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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