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숲 맑은 샘/큰숲 구약성경개관

포기하지 않고 다시 파야 하는 우물

안산차도리 2010. 5. 3. 11:18

포기하지 않고 다시 파야 하는

우물

 

김성겸 목사

 

영화 <아라비아 로렌스>(Lawrence of Arabia, 1962)에 우물과 관련된 유명한 장면이 나온다.

로렌스가 베두인족 안내자와 함께 사막을 건너다가 우물을 하나 발견한다.

베두인 안내자가 그 우물의 물을 먼저 마신다. 그 때 지평선 끝에서 검은 점 하나가 나타난다.

긴장한 로렌스와 안내인은 가만히 서서 검은 점만 바라본다.

그 점은 점점 더 커지더니 검은 옷을 입은 남자가 장총을 손에 쥐고 낙타를 타고 달려오는 모습으로 변한다.

베두인은 재빠르게 자신의 낙타로 달려가 권총을 꺼내 다가오는 사내에게 겨누지만 그가 먼저 장총을 발사하여

로렌스의 안내인을 죽인다.

검은 옷을 입은 사내는 그 우물의 주인이었다.

그가 로렌스의 안내자를 죽인 이유는 주인 허락 없이 함부로 우물의 물을 마셨기 때문이다.

 

중동지역 유목민과 농사꾼들에게 우물은 인명보다 더 귀한 존재이다.

강이나 샘이 흔하지 않기 때문에 목축업과 농업은 주로 우물에 의지한다.

예수님 시대는 물론 아브라함과 이삭이 살던 시대부터 그러했다.

이런 배경에서 볼 때 창세기 26장에서 이삭이 블레셋 사람들과 갈등하면서 우물을 빼았기고 이주하여 새 우물을

파고 또 분쟁이 일어나 빼았기는 일을 몇 차례 반복한 것은 정말 끔찍하고 암담한 경험이 아닐 수 없다.

더군다나 우물을 파서 물이 성공적으로 나오는 확률은 50% 정도라고 한다.

요즘에는 기계를 사용하지만 옛날에는 손수 파야 했다.

그렇게 애써 만든 우물을 지키기 위해 목숨이라도 걸고 싸우는 것이 중동 유목민에게는 당연한 일이었다.

그러나 이삭은 자신의 우물을 부당한 이유로 강탈해가는 지역주민들과 싸우는 대신, 계속 물러나 새 우물을 팠다.

새 우물을 파며 이동하다가 결국 브엘세바에 이르렀다.

아버지 아브라함이 우물을 파고 하나님의 이름을 부르짖었던 곳이다.

이삭이 브엘세바에 이르자 하나님이 나타나셔서 축복의 약속을 주셨다.

약속의 말씀을 받은 이삭은 하인들을 명하여 다시 우물을 팠다.

 

때로 인생은 우물을 계속 파내는 과정과 같다. 우물 하나 잘 팠다 싶었는데 곧 누군가 흙으로 메워버리거나

빼았아 가듯이 억울할 때가 많다. 싸우기도 하지만 현실을 당해내기가 만만치 않다.

그냥 돌아서 포기하자니 들인 공이 아깝고 억울하다. 하나님께 부르짖어보지만 기적은 일어나지 않는다.

그래도 이삭처럼 우물 파기를 포기하지 않는다면, 그리고 그 시절 하나님께 예배했던 영적 브엘세바로 돌아간다면,

그 때 이삭을 만나 축복을 약속하신 하나님을 오늘 우리도 만나뵐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당장 뭔가 상황이 뒤집히는 기적이 일어나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다시 우물을 파낸 이삭처럼, 하나님이 주시는 능력을 힘입어 어떤 상황에도 굴하지 않고

오늘 다시 우물 파기에 도전하는 성도가 기적의 출발점이다.

결국 블레셋 왕이 찾아와 하나님의 동행하심을 인정하고 이삭에게 화친을 맺자고 부탁했듯이,

오늘 끝까지 우물을 파는 성도를 통해 세상은 하나님의 살아계심을 인정할 것이다.

 

큰숲 맑은 샘 2010년 4월호 이달의 말씀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