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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레쉬트 바라 엘로힘

안산차도리 2009. 10. 6. 23:20

베레쉬트 바라 엘로힘

 

모든 것의 시작 - 창세기

'인간이 존재하기 때문에 우주는 존재할 이유가 있다.' 1)

창세기를 생각하면 대부분 천지창조를 먼저 떠올린다. 그러나 50장에 이르는 방대한 분량 중에 인류의

존재와 문명의 역사보다 더 크게 여기는 하늘과 땅의 시작에 대한 기록은 불과 2장뿐이다.

사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궁금해 하는 것은 우주와 인간의 기원에 대한 자세한 내용일 것이다.

그래서 아직도 수 많은 학자들은 장님이 코끼리를 더듬듯이 우주를 더듬고 있다.

만일 인간이 그것을 상세하게 알 필요가 있었다면 하나님은 분명 성경에 그 부분을 매우 상세하게

기술하였을 것이다. 그러나 하나님은 그 모든 이야기를 단 2장으로 압축하셨다.

대신 하나님이 창조하신 세상에 비해 턱 없이 작은 인간과 관련된 이야기가 나머지 48장을 차지하고

있다. 이는 하나님이 창조하신 인간이(더 나아가 하나님과 인간의 관계가) 창조 세계로부터 제거된다면

창조세계의 의미와 가치는 사실상 없다는 점을 시사한다.(실제로 인간이 더이상 살지 않는 에덴동산은 그때 이후

무대에서 사라졌다).

하나님이 창세기를 통해 정말 전하고 싶으신 내용은 천지의 기원도 기원이지만 바로 하나님과 인간의

관계의 시작것이다. 이 관계는 사랑의 언약이며 배신과 구원과 화해의 장이기도 하다.

이처럼 인간은 하나님에게 특별한 존재이며, 하나님과의 관계가 인생뿐만 아니라 온 우주에 의미를

부여하는 유일한 근거이다.

 

4대 사건(1~11장)

천지창조(1~2장) :

우주와 인간의 창조를 비롯하여 가정의 시초에 대한 기록도 포함.

천지창조에 대한 계시는 이 말씀의 문서화된 형태를 최초로 받았던 고대 이스라엘의 입장에서는 당시

이방 민족들이 우상화했던 자연이 단지 하나님이 창조하신 피조물에 불과하다는 사실의 우주적 선포

로써 의미이기도 하다.

 

인간의 타락(3~5장) :

아담과 하와의 타락, 형 가인이 아우 아벨을 죽인 인류 최초의 살인 사건, 가인의 후손들이 만들어낸

인간중심적 문명의 발달, 아담의 또 다른 아들 셋의 후손 계보 등.

 

노아의 홍수(6~10장) :

전 세계적인 최초의 심판으로 인간과 창조세계 모두를 향한 진노였다.

이 사건은 창조세계의 환경에 큰 영향을 미쳤다(지각변동, 기후 변화 등).

 

바벨탑 사건(11장) :

인간의 힘으로 하늘에 도달하려는 시도였던 바벨탑 건설과 중단, 언어가 달라져 각 민족이 각처에 퍼져

거주하게 된 기원 등.

 

4대 족장(12~50장)

아브라함(12~25장 18절) :

이스라엘의 조상으로서 역사상에 최초로 등장함.  하나님과의 관계에서 많은 실패도 경험했으나 결국

믿음의 조상이라는 호칭에 걸맞은 인물로 다듬어진다.  하나님이 아담 및 노아와 맺은 언약에 이어

아브라함과 맺으신 언약은 이스라엘의 출현과 그리스도의 구원 사역을 분명히 보여주고 있다.

 

이삭(25장 19절~28장 9절) :

아브라함의 그늘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고 그다지 독창적인 신앙의 모험을 한 것처럼 보이지 않으나,

이삭 세대에 장자권이 장자 에서가 아닌 차자 야곱에게 흘러가는 매우 중요한 사건이 일어난다.

 

야곱(28장 10절~36장) :

이스라엘의 실제적인 조상이라고 할 야곱과 훗날 이스라엘 열두지파를 형성하게 될 열두 아들들에

대한 기록

 

요셉(37장~50장) :

요셉은 가문의 장자이거나 족장은 아니었으나 하나님께 특별히 선택되어 야곱 가문이 대기근을 벗어나

애굽으로 이주하는 일에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야곱 족속의 애굽 이주는 기근으로부터의 탈출 그 이상

으로 하나님이 아브라함과 언약을 맺으며 예언하신 말씀(창 15:13~14)의 성취이자 향후 400년간 거대

민족으로의 성장이 시작된 시점이기도 하다. 성경 지면의 상당 부분을 할애받은 요셉은 창세기는 물론

구약 성경 전체에서 매우 핵심적인 인물이다.

 

*보너스 : 이 책의 이름

히브리어로 된 창세기의 제목은 '베레쉬트'로 이는 히브리어 성경에서는 각 책의 이름이 그 책에 나오는

첫 단어를 따서 붙여졌기 때문이다.

히브리어 창세기의 첫 단어는 물론 '베레쉬트'(번역하면 '태초에', in the beginning)이다.

주전 300년경 히브리어 성경이 그리스어로 번역되는 과정에서 창세기의 제목이 '제네시스'(Genesis)

붙여졌다. 제네시스는 '탄생'(birth), '기원'(origin)이라는 의미를 가진 그리스어이다.

먼 훗날 라틴어 성경으로 번역될 때도 '제네시스'를 유지했으며, 이는 영어 성경에서도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 『창세기』는 중국어로 번역된 성경의 제목을 그대로 음역하여 쓴 것이다.

 

1 파블로스 피사노스. 『우주의 시작과 끝 』 곽영직 역. 일출봉 : 2009년. p93.

   이 구절 바로 앞에 피사노스*는 인간을 우주가 낳은 자식으로 묘사한다. 이는 과학적으로 본다면 우주를 이루는 물질로

   인간 역시 이루어졌음을  의미하는데 , 칼 세이건**이 인간을 두고 별들의 잔해로 만들어진 존재라고 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그런데 피사노스는 그런 사실이야말로 우주의 존재에 의미를 부여한다고 생각하는 듯하다(더 나아가 인간의 우주의 중심에

   둔 그리스 철학적 입장에 일치한다). 한편 우주의 먼지보다 작지만 우주를 이해하려는 노력이 인간을 위대하게 만든다는

   칼 세이건의 말은 분명 피사노스의 입장과는 사뭇 다르지만, 뒤집어 생각하면  인간의 시야에 우주의 존재가 감지되어 탐구

   되고 이해될 때 비로소 우주가 의미를 갖는다는 뜻이 된다.

   어쨋든  세계적으로 유명한 현대 철학자와 과학자가 세속적으로 학문을 탐구한 바,

   '인간이 존재하기 때문에 우주가 존재할 이유가 있다'고 하는 말을 들어보라.

   이것은 이미 진작부터 창세기 전체에서 잘 드러나 있는 진리가 아닌가?

 

* 피사노스

   그리스의 철학자이자 고고학, 역사, 신학, 과학 관련 다큐멘터리 영화 제작자 겸 감독.

   대표작으로는 그리스 텔레비젼 과학 프로그램 <외경에 나타난 조화>가 있음.

 

** 칼 세이건

   미국의 천문학자.

   미국 항공우주국(NASA)에서 마리너호, 바이킹호, 갈릴레오호의 행성탐사 계획에 실험 연구원으로 활동했었음.

   대표 저서로는 『코스모스 』가 있음.

 

큰숲 맑은 샘 성경개관 2009년 10월호에서 발췌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