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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에서 만나는 바울, 1세기의 여행 환경(3)

안산차도리 2009. 7. 9. 13:20

길에서 만나는 바울
1세기의 여행 환경(3)

 

바울은 여행 중에 곳곳마다 위치한 여관에서 숙박하였다.

하지만 당시 숙박시설의 실태는 우리의 상상과는 달랐다.

우선 가격이 매우 비싸 돈이 많아야 방 안에서 잘 수 있었다.

따라서 바울처럼 돈이 없는 평범한 여행자들은 여관방으로 둘러싸인 뜰에서 짐과 동물과 사람이 한데

뒤섞여 잠을 청해야 했다. 뜰 한가운데에는 작은 모득불이 밤새 피어올랐다.

혹 여유가 있어 방에서 자도 심각한 문제가 기다리고 있었다.

바로 빈대였다. 당시 위생 상태는 오늘날처럼 청결하지 않아 빈대는 여행자들이 한 숨도 자지 못하도록

괴롭혔다고 한다. 당대 문헌에서 빈대에 대한 기록이 특별히 발견될 정도였다.

 

그래도 열악한 숙박시설이나 빈대는 여행자들의 생명을 위협하진 않았다.

정말 위험했던 것은 빈번히 출몰하는 강도이다.

고린도후서 11장 26절에도 강도의 위험을 언급했다.

많은 이들은 로마제국의 통치 하에서 사회 법제도 및 치안이 확실하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황제의 통치권이 직접 미치는 곳만 그러했음을 당대 문헌을 통해 알 수 있다.

황제의 직접 통치구역 외에 각 지방을 다스리던 총독들은 고정적으로 경찰업무를 수행할 무력을 확보

하지 못했었다. 총독의 법정 역시 지방 순회로 열렸고 그때 소수의 경호부대 정도만 대동했을 뿐이었다.

따라서 제국의 외곽 지역에 치안은 중앙정부의 통제를 받지 못했다.

제국 내 행정은 황제의 직접적인 통치구역을 제외하고는 조직적이지 못했던 것이다.

그래서 지방 유지들이 그 지역을 사실상 장악하기도 했고 그들이 치안유지에 힘쓰기도 했다.

지방 유지들 또는 총독에게서 여행자의 안전을 보장해줄 만한 치안을 기대할 수 없었다.

강도 외에도 로마제국내 여행자들은 사자, 멧돼지, 곰 등과 같은 불청객들을 경계해야 했다.

 

또 하나 많은 이들이 쉽게 오해하는 사실은 로마제국 내에 도로 사정이 좋았다는 사실이다.

도로 사정이 좋은 곳이 분명 존재했다.

네압볼리에서 빌립보 사이를 잇고 또 데살로니가에서 암비볼리를 거쳐 아볼로니아로 가는

에그나티아 대로(Via Egnatia)는 과연 훌륭하게 포장된 도로였다.

하지만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는 말이 의미하는

로마시대 도로 상태에 대한 칭송은 다분히 과장되었다.

에그나티아 대로를 제외하고는 나머지 제국 내 도로는 거의 비포장 도로였다.

우천시에는 물론 보통 때도 결코 여행하기 편안한 도로가 아니었다.

특히 바울과 같은 도보여행자는 혹이나 지나가는 마차 바퀴에 밀려 튀어 올라오는 돌에 맞아

다칠 위험에 노출되었다.

 

*본 글의 내용은
<Bible Rivew(1985. vol.1, no.2)>에 실렸던 Jerome Murphy-O'Connor의 글인 on the Road  and on the Sea with St. Paul :

 Traveling Conditions in the First Century"를 토대로 하고 있습니다.

 

                                                                 큰숲 맑은샘 2009년 5월호 '이달의 말씀'에 실린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