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숲 맑은 샘/성경속의 여인들

세례 요한을 처형한 일등공신 헤로디아

안산차도리 2009. 6. 16. 15:32

세례 요한을 처형한 일등공신
헤로디아

 

어제는 시아주버님, 오늘은 서방님
헤롯에게는 집안 좋고 어디하나 빠지지 않는 부인이 있었습니다.
그래도 흔히 남의 떡이 더 커보인다고들 하지요.
대중가요 가사처럼 그러면 안되는데 자꾸만 아름다운 동생의 아내에게 눈길이 갔습니다.
남의 떡이 더 커 보이는 것은 제수씨인 헤로디아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녀의 남편은 세명의 형제중에서 가장 성격이 유하고 정직했습니다.
그러나 헤로디아는 욕심이 많아 코딱지만한 지역을 다스리는 어슬픈 왕인 남편이 성에 차지 않았지요.
'좀 더 공격적으로 정치를 할 순 없어요?'
헤로디아가 아무리 쿡쿡 찔러대도 남편은 명분 없는 전쟁은 원치 않았습니다.
반면 남편의 형인 헤롯은 진취적이고 영리했습니다.
그것만으로도 헤로디아에게 충분히 매력적인데, 그녀를 지켜보는 눈빛도 예사롭지가 않으니 불난 집에

기름을 부은 격이지요.
결국 헤롯은 넘어서는 안 될 형제의 강을 건너버립니다.
자신의 아내를 쫓아내고, 제수씨였던 동생의 아내와 결혼을 한 것이지요.
헤로디아 역시 더 나은 삶을 위해 망설임 없이 남편을 버리고 시아주버님과 결혼을 할 만큼 대담한
여인이었습니다.

 

세례 요한 죽이기 프로젝트
'왕이 조강지처를 버리고 저 여자와 바람이 났대.'
모두들 헤로디아 앞에서는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하고 입을 모았지만, 뒤에서는 수근거렸습니다.
보다 못한 세례 요한은 "아니되옵니다, 전하. 동생의 아내를 취하다니요."
"백성들에게 모범을 보여 주셔야지요."라며 왕에게 바른 소리를 했지요.
세례 요한의 예언을 두려워하였지만 헤롯 왕은 차마 그를 죽이지 못하고 옥에 가두는 것으로 마무리
지으려 했습니다.
그러나 헤로디아는 생각이 달랐습니다.
뒤에서 숙덕거리는 사람들에게 본때를 보여주려고 칼날을 갈고 있었지요.
헤로디아의 계획에 그녀의 딸을 투입시킵니다.
헤롯의 생일 날, 기분 좋게 취한 남편의 앞에 누가 보아도 아름다운 딸을 내세워 춤을 추게 했습니다.
기분 좋게 취한데다 젊고 아리따운 여인이 앞에서 살랑살랑 춤을 추자

헤롯왕은 단번에 기분이 좋아졌습니다.
"순금 반지를 원하느냐? 다이아몬드 목걸이를 원하느냐? 니가 원하면 나라의 반이라도 떼서 주겠다."고

큰소리쳤지요.
그러나 헤로디아의 딸의 앵두 같은 입술에서는 세례 요한의 머리가 갖고 싶다는 뜻밖의 소원이 나옵니다.
여자가 한을 품으면 오뉴월에도 서리가 내린다고 하지요.
세례 요한이 자신을 모욕했다고 생각한 헤로디아는 딸을 이용해서라도 분을 풀어야 했습니다.
결국 세례 요한은 모녀의 치밀한 프로젝트로 인해 처형되고 맙니다.

 

꼭두각시 인형놀이의 대가
구약시대를 대표하는 나쁜 여자로는 삼손을 몰락하게 만든 들릴라가 있습니다.
헤로디아는 들릴라 못지 않은 신약시대의 팜므파탈로 통합니다.
율법을 어기고 남편의 형과 결혼을 했고, 딸의 젊음과 미모를 이용해 세례 요한의 목숨을 빼았았습니다.
표면적으로는 헤로디아의 딸이 세례 요한의 죽음을 원했고 헤롯왕이 처형을 명령 한 것으로 보이지만,
그 뒤에는 모든 것을 조종했던 헤로디아가 있었습니다.
살아가면서 친분이나 사랑, 혹은 권력과 명령에 타협하고 복종하여

올바르게 판단하지 못할 때가 있습니다.
그러다가 일이 잘못되었다고 해서 책임을 전가시키거나 모른 척하면 안되겠지요.
그것은 분명한 자신의 책임입니다.

헤로디아는 남편인 헤롯왕과 자신의 딸을 이용하여 원하는 것을 얻었습니다.
하지만 헤로디아에게 조종당한 헤롯왕과 그녀의 딸은 우리에게 영원히 세례 요한을 죽인 악인으로
기억되고 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할 것입니다.


큰 숲 맑은 샘   2009년 5월호에서 이수영 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