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숲 맑은 샘/성경속의 여인들

기다림의 달인, 안나

안산차도리 2009. 4. 8. 23:37

기다림의 달인, 안나

 

결코 반갑지 않은 타이틀
자신의 앞일을 내다볼 줄 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그렇게 된다면야 사업 실패도 없고, 대학 입시에 떨어져 재수를 하는 일도 없는데다가
무엇보다도 '앞으로 어떤 인연을 만나게 될지, 과연 결혼이나 할 수 있을지' 하는 걱정은 안 해도 되겠지요.
그러나 아쉽게도 사람은 미래를 내다볼 수도, 또 바꿀 수도 없습니다.
그저 기대하는 마음으로 현재를 살아가면서 미래를 준비하는 수 밖에 없지요.
미래를  알게 된다면 일어나지 않을 일도 참 많을 겁니다.
실연을 당하게 될 걸 미리 안다면, 연애를 시작하지도 않을 것이고, 교통사고가 날 줄 안다면,

사고가 예정된 날에는 그곳을 지나가지 않겠지요.

바누엘의 딸 안나도 사랑하는 남편이 세상을 떠나버릴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결혼한 지 7년 밖에 되지 않았는데 갑작스러운 남편과의 사별에 안나는 큰 충격을 받았을 겁니다.
유명한 고부지간인 나오미와 룻, 시아버지와 동침한 다말 등 성경에는 어쩌면 그렇게 과부들이 많은지
모르겠습니다. 이외에도 성경에는 이름 모를 수많은 과부들이 등장합니다.
예나 지금이나 여자 혼자 살아가야 한다는 것은 힘든 일이었을 겁니다.
억울하게도 안나는 아직 눈가에 주름이 생기지도 않은 파릇파릇한 나이에 원치 않는 과부 타이들을
갖게 되고 말았지요.

 

성전의 마스코트
KFC 매장 앞에서 하얀 양복을 입고 인자한 표정으로 웃고 있는 배불뚝이 할아버지를 모두들 알고
계실겁니다.  어김없이 서있는 KFC의 창업주인 커넬 할랜드 샌더슨 할아버지입니다.
KFC의 유명한 마스코트이지요.
사랑하는 남편과의 사별은 안나의 인생에서 큰 사건이었습니다.

많은 사람은 감당할 수 없을 만큼
힘든 일을 겪으면 피난처를 찾고자 합니다. 멀리 여행을 가거나, 외부와의 연락을 끊고 지내기도 합니다.
하지만 안나의 피난처는 단 한곳 뿐이었습니다.  하나님을 만날 수 있는 성전이었지요.
남편과의 결혼 생활은 7년이라는 짧은 시간에 끝이 났지만,

하나님과의 만남은 84년 동안이나 계속 되었습니다.
"84년 동안 금식기도 해봤어? 안 해봤으면 말을 하지 마"
안나는 여선지자로 84년 동안 성경을 떠나지 않고 하나님께 감사와 기도로 하루하루를 보낸

진정한 기도의 달인이었습니다.
팽팽했던 피부 대신, 이제 주름살이 자글자글하고, 건강도, 기억력도 예전 같지 않고, 반갑지 않게
할머니라는 호칭이 따라 붙었지만, 사람들은 안나의 한결 같은 신실함을 존경했습니다.
KFC를 지키는 할아버지 버금가는 성전의 마스코트이자, 기도의 달인이었습니다.

 

침침한 눈으로 알아본 아기 예수
상대방이 약속 시간보다 늦는다고 연락이 왔다면 얼마만큼 기다릴 수 있을까요?
보통 한 시간, 길어야 두 시간 정도이겠지요. 눈코 뜰새 없이 바쁘고, 통신수단이 발달한 지금 시대에
오랜 시간을 기다려주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겁니다.
문자 한 통으로 약속 시간을 미루고, 취소하는 일 정도는 너무나 쉽게 생각하는 시대라 그런지
기다림이란 말 자체로도 낭만스러워 보일 정도이니까요.
그 당시는 정치적으로나 경제적으로나 혼란스러운 시기였습니다.

사람들은 메시아를 기다렸고, 안나 역시 메시아를 기다리며 매일 성전에서 기도를 하고 있었지요.
할머니가 된 안나는 나이 먹는 것도 서러운데 눈까지 침침하고 여기저기 아프지 않은 곳이 없었습니다.
하나님께서 약속한 메시아는 언제 오려는지 기미도 보이지 않고, 안나는 지치기 일보직전입니다.
도대체 메시야는 언제 오시나요?
이래봬도 제가 여기에 말뚝 박은지 80년이 넘는 선지자인데,

그래도 제가 사함들에게 메시아가 오신다는 소식은 전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저 죽고 나서 오시렵니까?

아마 기다림에 지쳐 투정 어린 기도를 했을겁니다.


여느 때와 다름없던 어느 날, 젊은 부부가 아기를 데리고 성전에 찾아옵니다.

안나는 눈이 침침하고 어두워 잘 보이지 않았지만, 확신할 수 있었습니다.

젊은 부부에게 안긴 어린 아이가 바로 하나님께서 보내신 메시아라는 것을 말이지요.
아무리 시력이 좋은 사람이라도 아기 예수를 알아볼 수 있었을까요?

그것은 시력의 문제가 아닌 영적으로 깨어있던 안나의 성숙한 신앙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었습니다.

드디어 메시아가 이 땅에 오셨다는 영광스러운 소식을 전하는 것이 안나의 마지막 소명이 되었습니다.

 

큰숲 맑은 샘 2009년 4월호에서   이수영 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