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숲 맑은 샘/성경속의 여인들

팜므파탈의 최고봉, 들릴라

안산차도리 2009. 4. 1. 23:50

팜므파탈의 최고봉,
들릴라

 

사랑도 환불이 되나요?
힘과 권력이 있는 자에게는 여자가 끊이질 않는다고 하지요.
천하장사로 유명한 삼손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당시 이스라엘 자손은 일곱 살짜리 어린 아이 같았습니다. 잘못하고, 벌 받고, 그러다가 빌고,
또 용서받고를 반복하곤 했지요.

회초리 맞은지 얼마되지 않아서 또 다시 하나님께 슬슬 등을 돌리는 이스라엘 백성때문에 그들은 사십년 동안

블레셋의 지배를 받습니다.

그때 이스라엘을 구할 영웅이라는 역사적 사명을 띠고 태어난 아이가 바로 삼손입니다.

천사로부터 아이의 잉태소식을 들은 삼손의 부모는 금주하며 부정한 것은 보지도 않을 정도로 정성스레 삼손을

키웠습니다.
그러나 어디 자식 마음이 부모 마음만 하겠습니까.

어떻게든 최대한 정결한 모습으로 사사가 되길 원했던 부모의 바람과는 달리,

저 멀리 여자의 머리카락만 보아도 한걸음에 달려가 '아가씨! 커피 한 잔!' 을 외치던 삼손이었습니다.

첫번째 부인만 해도 첫 눈에 반해 다짜고짜 자신이 찜한 여자가 있으니 하루빨리 결혼시켜달라고 밀어붙일 정도

였으니 더할 말이 없지요.

하긴 삼손만한 남자가 또 어디 있겠습니까.
하나님의 선택을 받은 자인데다, 젊고, 몸짱이고 힘도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어마어마한 청년이니 말입니다.
그러나 그렇게 멋진 삼손인데 그가 사랑한 여자들은 어쩌면 그렇게도 그를 배신하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입니다.
첫번째 부인인 딤나 여인에서부터 가장 큰 실연의 상처와 더불어 목숨까지 잃게 만든 장본인 들릴라 까지.
아름다워야 할 사랑의 기억이 삼손에게는 아주 악몽일 겁니다.

사랑도 환불이 된다면야 얼마나 좋을까요.
아마 지금쯤 삼손은 여자라면 아주 이를 부득부득 갈고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그녀 앞에서 팜므파탈을 논하지 말라
들릴라에게선 샤넬 No.5의 향기가 느껴집니다. 샤넬의 향기는 매력적이고, 풍부한 향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샤넬의 대표적인 향수인 샤넬 No.5는 마릴린 먼로가 잠옷 대신 사용했다는 일화로도 유명합니다.
또 페르몬 향수의 원료인 사향이 첨가되어 이성을 유혹하는 향수로도 잘 알려져 있지요.
맨 손으로 사자를 찢어죽이고, 나귀 턱뼈만으로 천명을 몰살 시켰던 삼손은 유독 여자에게만큼은 약한 모습을

보입니다. 눈치 빠른 들릴라는 그것을 알고 있었고 결코 놓치지 않습니다.

멋지고 예쁜 외모만큼이나 품위 유지비가 필요했던 들릴라에게

삼손의 비밀을 캐내오라는 마을 사람들의 은밀한 제의는 대환영이었겠지요.
그래도 그렇지, 삼손에게 힘의 원천이 어디이며, 당신을 결박하려면 도대체 어떤 방법을 써야 하는지를
아주 거침 없이 물어보는 들릴라입니다. 그것도 한번도 아닌 세번씩이나.....
배짱도 참 좋습니다.

양심 없고 뻔뻔한 들릴라도 들릴라지만, 그것을 고스란히 이야기하고 앉아 있는 삼손도 참 어이가 없습니다.

아무리 여자가 좋아도 그렇지, 이건 자폭 수준 아닙니까.
머리카락이 힘의 비밀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들릴라는 마을 사람들에게 쪼르르 달려가 일러바쳤습니다.
그 대가로 받은 은 일천일백 으로 루이비통 가방을 샀을지, 버버리 트렌치코트를 샀을지는 아무도 모릅니다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들릴라로부터 배신 당한 삼손이 두 눈이 뽑히고,

감옥에서 맷돌을 돌리는 신세가 되었다는 것이지요.

 

불순종 VS 나쁜 여자
클레오파트라, 장녹수 등 역사 속에서는 수많은 악녀가 등장합니다.

그녀들은 빛나는 매력과 카리스마로 모두를 아우르는 재주를 가졌습니다.

때로는 목적 달성을 위해 권력을 가진 남자의 힘을 이용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그녀들의 평판은 좋게 말하면 팜므파탈이고, 다르게 말하면 나쁜 여자입니다.
들릴라 역시 나쁜 여자로 치자면 결코 빠지지 않습니다.

돈으로 사랑은 물론 사람의 목숨까지 지고 흔들었으니까요.
하지만 삼손은 다릅니다.

삼손은 단지 여자에 빠져 하나님께서 주신 사명을 잃어버린 것일 뿐 나쁜 남자는 아니었습니다.
평생 나쁘지만 하나님을 모르고 그렇게 살아온 사람과,

살아계신 하나님을 믿으면서도 그의 뜻대로 살지 않는 사람,

이 두 사람이 똑같이 죄를 짓는다면 둘중에 어떤 쪽이 더 크게 혼이 날까요.
아무래도 사명감을 잊은 채 불순종한 삼손에게 KO패를 선언하지 않을까요.
순종이 제사보다 낫고, 열매를 맺지 않으면 아낌없이 찍어서 불에 던지겠다는 말씀처럼

성경은 삼손을 타락시킨 나쁜 여자 들릴라가 아닌,

말씀 안에서 바로 서지 못했던 삼손에게 책임을 묻고 있음을 기억해야 합니다.

 

2008년 6월호 큰숲 맑은 샘에서                  이수영 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