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숲 맑은 샘/성경속의 여인들

여인천하, 나라를 구한 드보라와 야엘

안산차도리 2009. 3. 6. 11:52

여인천하, 나라를 구한 드보라와 야엘

 

여장부와 졸장부
익히 잘 아는 사실이지만 이스라엘 민족은 참으로 많은 침략과 괴롭힘을 당했습니다.

이번 선수는 이름처럼 야비하게 이스라엘 백성을 괴롭힌 가나안의 야빈 왕입니다.

구백대의 철병거를 앞세워 이십년이라는 짧은 기간동안 눈물이 쏙 빠지게 학대했지요.
그렇게 혼란스럽고 불안한 시기에, 용감무쌍한 한 여인이 선지자로 선택 되었습니다.

이 어수선한 시대에 여자 선지자라는 것은 놀라운 일입니다.

마치 일제 강점기에 돍립운동을 지휘하는 여성 지도자를 세운 것 같은 일이지요.
야빈 왕의 부하 시스라가 철병거를 믿고 쳐들어오자,

드보라는 하나님께서 지정하신 바락을 불러 시스라와 싸워 이기라고 명합니다.

하지만 바락은 다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말합니다.
"당신이 가면 가고, 안 가면 나도 안 갑니다. 나는 당신 뒤를 따라갈 겁니다."
하이고, 당신도 남자라고 어머니가 당신 낳고 미역국을 끓여 먹었겠지?

그 미역이 아깝지도 않나?

드보라는 어이가 없습니다.

하나님께서 이기라고 붙여주신 전쟁인데 여자 뒤에 숨을 생각이나 하는 바락을 보고 한마디 던집니다.
"이봐요. 내가 따라는 가겠는데, 이번 싸움에서 당신 대신 생판 모르는 여자가 그 영광을 가져갈 것이니,

콩고물 주워 먹을 생각일랑 하지도 마세요."
군대를 이끌고 있던 바락은 소심한 졸장부 같았습니다.

그에 비해 시원시원하게 지휘를 끝내는 드보라는 누가 봐도 호탕하고 지혜로운 여장부였지요.

 

목적이 있는 친절
하나님께서 함께 하신 전쟁은 이미 승리한 전쟁이었습니다.

강한 철병거를 앞세워 쳐들어온 가나안 군대는 격파되고 시스라는 홀로 목숨을 겨우 건졌습니다.

수일동안 지친 몸을 이끌고 헤매다가, 죽어가기 일보 직전에 웬 장막 하나가 그의 눈에 보입니다.

헤벨과 야벨 부부의 집이었지요.

쫓기는 몸이라 물이나 한 그릇 얻어먹고 가려고 주인장의 아내로 보이는 야벨에게 물을 부탁 했더니

야벨은 맛있는 우유를 귀한 그릇에 한가득 부어 내왔습니다.

게다가 지친 몸을 이불로 감싸주며 아무 걱정하지 말고 쉬라고 하지 않겠습니까.

죽어가는 사람을 도와주는 것이 도리라고 하나, 아무리 사람이 좋아도 그렇지

헤벨과 야벨 부부의 친절은 매국노와도 같은 짓이었습니다.

시스라를 죽이기 위해 피를 흘린 사람들을 뒤로 한채 그렇게 적장이 지친 몸을 푹신한 침대에 맡기고 나서야

이들 부부의 한없는 친절이 끝이 난듯 했습니다.
그런데 그날 밤, 아내 야벨이 이상합니다.

시스라에게 이불을 덮어주었던 따듯한 손길 대신 뽀쪽하고 큼직한 말뚝이 들려 있습니다.

그리고는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드르렁 드르렁 코까지 골며 자는 시스라의 관자놀이에 말뚝을

박아버리는 것이 아닙니까.

아니, 이 무슨 사이코도 스릴러 영화도 아니고 친절한 야엘씨에서 살인의 추억이 되어버렸습니다.

남편인 헤벨은 시스라를 좇아 찾아온 바락에게 죽어있는 그의 시체를 넘겨주었지요.

아주 손발이 쿵짝 잘 맞는 부부입니다.

적장에게 마실 것을 주는 것조차 아까웠지만, 확실한 방법으로 죽이기 위한 목적 있는 친절이었던 거이지요.

 

멍석을 깔아도
도랑치고 가재 잡고, 누이 좋고 매부 좋고,

한 가지 일로 인해 모든 것이 다 좋아진다는 것만큼 효율적이고 기분 좋은 일이 어디 있을까요.

드보라는 적장 시스라를 야엘에게 몰아주었고,

야엘은 지혜롭고 용감하게 적장의 목숨을 확실히 끊어놓는 대담함을 보였습니다.

여기서 남자들은 오히려 들러리에 지나지 않습니다.

군대를 이끄는 바락이나, 야엘의 남편 헤벨 역시 여자의 뒤에 숨어 잔 일을 하고 있습니다.

하나님께서 손을 들어 승리하신 전쟁에서 두려움이 앞서 특권을 제대로 행사하지 못한 바락,

그의 아내에게 거사를 맡긴 뒤 자신은 조용히 뒤처리에 힘쓴 헤벨이었습니다.

하나님께서 깔아주신 멍석에 제대로 앉지도 못한 사람들이 되어버린 것이지요.

 

                                                                              큰 숲 맑은 샘 2009년 1월호에서  글쓴 이 : 이수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