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숲 맑은 샘/성경에 만나는 왕

남유다의 초대 왕 르호보암

안산차도리 2010. 4. 27. 21:00

남유다의 초대 왕 르호보암

 

이수영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팔랑귀

동서양을 막론하고 왕위 찬탈을 위한 사람들의 노력은 눈물겹기까지 합니다.

유행하는 사극 드라마만 하더라도 정통 후계자를 내치고 왕위를 찬탈하는 반대파 무리의 이야기는 빼놓을

수 없는 재미가 되곤 하지요.

이스라엘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부귀 영화를 누리던 솔로몬이 세상을 떠나자 정통 후계자 르호보암이

왕위를 물려 받았습니다.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 반대 세력이 있기 마련이지요.

열두지파 대표 중 몇몇은 르호보암이 아닌 여로보암이라는 사람을 밀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법적 후계자인 르호보암을 아무 이유 없이 내칠 수 없으니 협상을 하려 합니다.

'당신 아버지 솔로몬 왕 시대에 매긴 세금이 너무 과중하니 당신이 왕이 된다면 그 세금을 줄여주시오.

 그러면 우리가 당신을 섬기겠습니다.'

르호보암은 어이가 없었지만, 일단 고민해 보겠다고 합니다.

그리고 오랫동안 솔로몬 왕을 도와 현명한 정치를 펼쳤던 원로대신에게 고민 상담을 하게 됩니다.

정치판을 훤히 꿰뚫어보는 원로들은 적을 만들지 말고 사람들의 의견을 받아들이라고 합니다.

그와 반대로 르호보암 세대인 젊은 대신들은 솔로몬 왕보다 르호보암이 더 위대하니 선대보다 더 엄격

하게 나라를 다스려야 한다고 아첨을 하지요.

한창 젊은 피였던 르호보암은 원로들의 말을 무시한 채 젊은 대신들의 침 발린 입술에 손을 들어줍니다.

원로대신들의 현명한 말을 뱉어버리고 달디 단 아첨에 넘어가 민심을 외면한 팔랑귀 왕이었지요.

 

어른 말을 듣지 않아 놓친 떡

르호보암은 솔로몬이 채찍으로 다스렸다면 자신은 전갈 채찍으로 나라를 다스리겠다고 선포합니다. 

이런 르호보암의 언행은 불난 집에 기름통 지고 뛰어 들어가는 것과 마찬가지였지요.

가뜩이나 르호보암을 탐탁치 않아 했던 파들은 '옳거니'하며 무릎을 쳤고, 중립이었던 사람들도 백성을

사랑하지 않는 왕에게 실망하고 맙니다.

사람들은 이기적인 르호보암의 마인드에 등을 돌립니다.

열두지파 중 르호보암을 따르는 무리는 유다, 베냐민 지파 뿐이었고, 이를 제외한 열 지파 대표들은

자신들이 세운 여로보암을 앞세웠습니다.

결국 이스라엘은 르호보암이 다스리는 남유다와 여로보암이 다스리는 북이스라엘, 두 개의 나라로

나뉘게 됩니다.

흔히 어른들의 말을 들으면 자다가도 떡이 생긴다고 하지요.

르호보암은 원로들의 충언을 무시한 결과로 신뢰와 민심만 잃은 것이 아니라 열지파라는 큰 떡을 놓치고

말았습니다.

 

영원하지 않는 것을 좇는 바보

휴전선을 두고 남한과 북한이 경계태세를 늦추지 않는 것처럼 한민족이었던 남유다와 북이스라엘은

서로를 경계하게 되었습니다.

특히 남유다를 다스리는 르호보암은 혹시 모를 북이스라엘의 공격을 대비해 많은 성읍을 건축하고

정비하는 등 제법 튼튼한 국가로 재정비되었습니다.

게다가 북이스라엘의 통치에 불만을 품은 제사장들이 하나 둘씩 남유다로 넘어왔습니다.

르호보암은 신이 났습니다. 탄탄한 국방력과 예배의 풍성함은 그를 춤추게 만들었지요.

하지만 역시나 인간은 배가 고파야 딴 생각을 하지 않나 봅니다.

안정된 경제로 배 부르고 등 따스웠던 남유다 사람들은 다시 죄를 범하기 시작했고, 르호보암 역시 우상을

세우고, 하나님께서 하지 말라고 했던 일들을 다시 꺼내어 행하고 있었습니다.

미운 다섯 살 어린 아이도 아니고 하지 말라고 하는 것만 끝까지 골라서 하는 남유다.

하나님께서는 애굽의 군대를 통해 남유다를 치도록 하셨습니다.

은은 명함도 못 내밀던 솔로몬 시대의 화려한 성전과 장식품, 심지어 금으로 만든 방패까지 모조리 애굽의

손에 빼았기고 맙니다.

왕의 체면을 중요시했던 르호보암은 애굽에게 엎드려야 하는 수모를 당한 것이지요.

불행 중 다행으로 이후 르호보암은 회개하고 마음을 다해 하나님을 섬깁니다.

영원할 것 같은 인기도 거품처럼 사라지고, 지위와 명예도 그저 한 시대를 풍미할 뿐입니다.

어른 말을 듣지 않는 팔랑 귀 르호보암도 이제야 깨닫게 되었습니다.

영원하지 않는 것을 쫓기 위해 영원한 것을 포기하는 바보가 되지 않기로 한 것이지요.

 

큰숲 맑은 샘 2010년 4월호 성경에서 만나는 왕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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