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
김의현
서울 도토리교회 교역자
오랜 만에 황목사를 만났습니다.
천안에서 목회하는 친구인데,
도토리교회보다 1년 일찍 개척하여 제자교회를 섬기고 있습니다.
이 친구를 만나면 언제나 시간 가는 줄 모릅니다.
왜냐하면 마음 깊은 곳에 있는
이야기를 마음껏 끄집어 낼 수 있는 소중한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둘 다 교회를 개척하여 섬기고 있으니
서로 민감한 사항(?)까지 격려하고, 격려받는 시간은 정말 행복한 시간입니다.
두 남자의 수다는 늘 시간이 모자랄 지경입니다.
결국 시계를 연신 쳐다보다가 못다 한 이야기를 뒤로 한 채 일어섰습니다.
“의현아, 잠깐만 있어봐!” 친구는 갑자기 쌀 20kg 짜리 포대를 메고 나옵니다.
“이거 가져가라!”
“아니야, 아니야 너 먹어”
“잔말 말고 가져가! 이
얼마 전 황목사 집에 쌀이 떨어져서
“하나님 쌀 주세요!” 라고 기도했답니다.
그런데 그 기도를 마치지 마자 어떤 분에게 전화가
왔습니다.
“목사님! 쌀 가져가세요.”
그렇게 얻은 쌀 40kg 를 반으로 나누어
저를 준 겁니다.
황목사가 미소를 머금고 던진 말입니다.
“내가 기도했지만, 참 신기하고 감사해.
얼마나 우리의 필요를 때에 맞게 채우시는지 몰라!
주님의 은혜는 도대체 적응이 안 되네.
경험할 때마다 늘 감격스럽게 새로워.
그런데 이상하게도 쌀만 들어오면 너희 가정 생각이 제일 먼저 난다. 밥 먹고 힘내라!”
물론 그 친구와 저는 밥을 굶을 만큼 심각하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기도하며 얻은 쌀, 그 쌀은 먹으면 없어질 쌀이 아니라 평생 삶을 건강하게 할 수 있는
은혜의 쌀입니다.
그 은혜를 나누는 대상이 제가 되었다는 것이 눈물이 맺힐 만큼 감사할 뿐입니다.
그 친구가 저를 생각하신 것이 아니라 하나님이 저를 생각하신 것입니다.
쌀 먹고 아니, 은혜 먹고 힘내라고!
은혜를 나누는 대상이 된 행복함이 저로 하여금 또 다른 사람에게 은혜를 나누게 했습니다.
어떻게 그 쌀을 저희 가정만 먹겠습니까!
그래서 오는 길 한 분의 쌀독에 10kg 를 채워주웠습니다.
있는 힘껏 생색(?)을 냈지요.
돌아오는 길,
저와 제 아내의 가슴은 세상 그 어떤 것으로도 절대 채울 수 없는 부요함으로 배불렀습니다.
그날 밤
제 어깨에 들쳐 멘 그 쌀은 지상에서 가장 맛있는 쌀입니다.
그렇게 나눈 은혜는 주님 손에 바쳐진
오병이어가 되어 차고 넘치는 기적의 씨앗이 될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은혜는 나누어야 제 맛입니다.
오늘 저는 말씀의 쌀을 나누어 드립니다.
영혼의 쌀 밥 먹고 힘내세요!
월간쪽지 "해와 달" 2009년 9월호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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