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를 처음 만난 것은 40여 년 전 어느 다방에서였다.
화장실에서 볼일을 보고 나오려는 문을 여는 순간 막 들어오려는 아내가 문 모서리에 이마를 부딪쳐
피가 심하게 흘렀다. 30바늘이나 꿰매는 대형 사고였다.
그날 병원을 나오면서 우리는 서로 연락처를 주고받았다. 얄궂은 첫 만남이었다.
얼마 뒤 전화를 걸어 미안한 마음에 상처가 완쾌되면 나중에 꼭 차라도 한잔 사주고 싶다고 했고,
자연스럽게 만나기 시작했다.
당시 갓 스무 살 청춘이었던 아내는 가슴 아픈 상처를 마음에 묻고 있었다.
여섯 살 때 골수암으로 고생하다가 얼굴에서 턱을 완전히 들어내는 대수술을 받은 뒤, 10년 넘게 사람
들의 시선을 받으며 살아온 것이다.
그런데 나 때문에 이마에 상처 하나를 덤으로 안게 되었으니 내 마음이 무거웠다.
턱이 없는 아내는 음식을 제대로 씹을 수가 없어 체하기 일쑤였는데, 나와 부딪혔던 날도 점심 먹은 게
얹혀 구토하려고 화장실로 달려오다가 사건이 터진 것이다.
자신과 모질게 싸워 왔고 앞으로도 그렇게 평생 살아가는 것이 운명이라고 생각한다며 결혼 같은 것은
꿈도 꾸지 않는다는 아내의 사연을 듣는 순간 ‘이 여자가 바로 내 여자구나’ 싶었다.
그때부터 아내를 선득해 결국 조촐한 결혼식을 올렸다. 그리고 내가 가진 이발 기술로 함께 일했는데,
무엇보다 나는 아내의 잃어버린 턱을 꼭 되찾아주고 싶었다.
열심히 일해 작은 이발소와 내 집을 마련한 다음, 아내의 턱 수술을 위해 여러 병원을 찾아다니며 알아
봤다. 일본에 가야 가능하다는 말을 듣고 몇 년 더 돈을 모아 수술비를 마련했다. 그리고 40대 후반을
훌쩍 넘긴 아내를 일본으로 데려가 무사히 턱 이식수술을 마쳤다.
드디어 턱을 되찾은 날, 아내는 결혼한 지 36년 만에 처음으로 환하게 웃었다.
이제는 부부모임 나들이도 거절하지 않는 아내,
어느덧 예순 무턱을 넘은 아내가 언제까지나 환하게 웃었으면 좋겠다.
글쓴이: 김영오 - 경기도 군포시에서
황대연 목사님 개인 블로그에서 퍼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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