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리들도 아는 것을
어릴 적에 집에서 동물을 많이 키웠습니다.
토끼 밥 주기와 염소를 냇가나 들판에 끌고 가 묶어 놓았다가 해가 넘어가는 해름(전라도 사투리)에
끌고 오거나 하는 동물들을 보살피는 일은 모두 제 일이었습니다.
그 중에 가장 관리하기 편한 동물은 오리였습니다.
아침에 오리집 문을 열어 놓으면 기다렸다는 듯이 꽉꽉거리며
달려나와 물속으로 풍덩! 풍덩! 풍덩! 풍덩! 풍덩! 들어갑니다.
그리고 골짜기를 따라 시냇가로 내려갑니다.
시냇가에는 다른 집에서 먼저 온 오리들이 자맥질을 하고 있다가
서로 반갑게 인사를 하는지 그때부터 요란한 오리들의 수다가
시작됩니다.
꽉꽉꽉꽉 꽉꽉 꽈락꽈락 꽥꽥꽥 !!!
처음에는 우리 집 오리들과 다른 집 오리가 막 섞이면 저거 어떻게
우리집 오리를 찾아내나 걱정을 했는데,
"괜찮당깽. 내비 둬 불어라" 아버지 말씀대로 내비둬버렸더니 저녁
때 신기하게도 우리 집 오리들만 우리집으로 찾아 들어오더라구요.
그래서 아, 오리들은 자기 집이 어디인지 아는구나, 고놈들 참 영리하네.
그런데, 닭들은.. 맨날 먹이를 줘도 맨날 날카롭고 뽀족한 부리로 주인을 쪼려고 달려드니, 진짜 닭대가리들이어요.
(아유...치킨)
성경에 보면 '내 양은 내 음성을 들으며 나는 저희를 알며 저희는 나를 따르느니라'(요10:27)
이스라엘에는 양이 많으니 양으로 비유를 했지만, 만약 우리나라였다면 예수님께서는
"내 오리는 내 음성을 들으며 나는 저희를 알며 저희는 나를 따르느니라"(요10:27) 이랬을 수도 있어요.
아! 오리도 주인의 음성을 듣고 주인을 아는 것을...
나는 왜 주인의 음성도 안 들리고 주인을 모르는 것일까...
아무래도 나는 오리가 아니고 닭인가벼. ⓒ최용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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