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숲 맑은 샘/큰숲 구약성경개관

왕을 몰라보는 백성 때문에 필요했던 사사

안산차도리 2009. 7. 21. 10:49

왕을 몰라보는 백성 때문에 필요했던

사사

 

랍비들은 사사기를 사무엘의 저작물로 보았다...
그렇지만 저자에 대해 성경이 침묵하는 만큼 누가 썼는지는 알 수 없다.

사사시대에는 아직 왕이 없었다는 언급이 등장하는 것을 볼 때, 이스라엘에 왕권이 확립된 이후에 기록

되었을 것이다. 어떤 학자들은 다윗 왕 시대에 기록되었을 것이라고 보기도 한다.

사사기는 여호수아의 죽음과 사울 왕의 등극 사이인 약 2~3백년 동안 일어났던 일들에 대한 책이다.

그 시기에 있었던 드보라, 기드온, 삼손 등과 같은 슈퍼 히어로(영웅)들의 활약이 마냥 신나는 일은

아니었다.

그런 특단의 조치 외에 달리 살 길이 없을 정도로 망가진 이스라엘의 모습을 반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당시 이스라엘은 가나안 땅 곳곳에 정착한 12지파가 느슨한 동맹을 유지하는 형태로 존재하고 있었다.

가나안 정복 초기에 완전히 씻어내지 못한 가나안 문화와 종교가 영향력을 미쳐 이스라엘 백성은 타락과

혼란의 시대를 살았다.

 

사사기의 테마는...
"그 때에는 이스라엘에 왕이 없으므로 사람마다 자기 소견대로 행하였더라"(삿17:6, 21:25)라는 말에 농축

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이스라엘에 정말 왕이 없었는가? 그렇지 않다. 그들의 왕은 바로 여호와 하나님이셨다.

그러나 그 백성은 하나님을 왕으로 인정하지 않고 법이 없는 백성처럼 마음대로 살았다.

불순종의 결과 도탄에 빠진 이스라엘을 구출하기 위해 왕이신 하나님은 때때로 '사사(judge, 재판자, 심판

자-고대에는 재판의 판결권을 왕권에 해당하는 힘으로 보았다)'를 보내 난국을 해결하고 왕의 질서를

회복시키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사기 전체는 하강 곡선을 그리며 점점 추락하는 이스라엘의 역사를 보여준다.

시간이 갈수록 사사의 질도 떨어지고 이스라엘의 죄악의 깊이도 더해간다.

사사기 후반부에서는 더 이상 구원하는 사사의 이야기가 등장하지 않는다.

죄에 빠진 이스라엘이 어떻게 피를 흘리며 고꾸라지고 있는가를 그리고 있을 뿐이다.

총신대학교 신학대학원의 김지찬 교수는 사사기를 '엔 샬롬 교향곡'이라고 부른다(엔 샬롬 교향곡-상,

기독신문사, 1999, p9). 

이스라엘이 약속의 땅, 즉 '샬롬(평안)'의 땅 에 들어왔음에도 불구하고 '엔 샬롬(평안이 없음)'의 시대

살았기 때문이다.

엔 샬롬을 경험하는 이유는 사람마다 자기 소견에 옳은 대로 행했기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나님은 평범하다 못해 연약한 사람들을 사사로 임명하여 하나님의 신(영)을 부어

주시고 때마다 백성을 구원하셨다.

평안이 없는 엔 샬롬의 시대에 유일한 소망은 이처럼 하나님의 영을 받아 하나님께 순종한 소수의 사람이었다.

 

21세기 다원화 시대를 사는 그리스도인에게...
사사기가 주는 의미는 무엇인가?

다원주의. 즉 절대적 진리의 기준이 희미해지고 각 사람의 주장을 존중하고 수용해 주자는 사상은

오늘날 우리 사회를 가득 채우고 있다.

사람마다 자기 소견에 옳은 대로 행한다는 사사기의 표현이 딱 들어맞는다.

세상은 그렇다치더라도 교회에서마저도 왕이 없으므로 자기 소견에 옳은대로 행동하는 기독교인들의

모습이 종종 발견되는 것은 아닌가 돌아보아야 할 것이다.

인류 역사상 그 어느 때보다 교회의 영향력이 팽창해 있지만 샬롬의 노래보다 엔 샬롬의 잡음이 더 많이

들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리스도인들은 사사기를 통해 돌아보아야 할 것이다.

사사기의 결말은 절망적이다. 그러나 그 절망을 끝낼수 있는 길이 무엇인지도 보여준다.

하나님의 신이 부어졌던 사사들이 암울한 이스라엘에 빛이 되었듯, 성령의 충만한 임재와 사랑이 부어진

그리스도인들이 엔 샬롬의 21세기에 빛이 될 것이다.

 

                                                                                     큰숲 맑은 샘 2008년 10월호 '성경개관'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