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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사님, 저 세례 안 주십니까?

안산차도리 2009. 5. 12. 21:59

목사님, 저 세례 안 주십니까?

 

황대연

 

「“목사님, 저 세례 안 주십니까?” 봄 심방(尋訪) 자리에서 A성도님이 불쑥 꺼낸 말입니다.

A 성도님은 오십대 중반으로 한가족교회 나오기 시작한 지 한 5년쯤 되는 분입니다.

그 어머님은 어느 교회 권사님이신데, 정작 그 아드님이신 A 성도님은 물레방아처럼 인생을 많이 돌고

돌아 살아오는 분입니다.

“하하하, 세례를 안 주기는요, 교회를 나오셔야지요.

이번 부활절에 학습, 세례식이 있으니까 기회가 좋네요.

제가 세례 문답지 드릴 테니 미리 공부하시고 토요일에 문답하러 오세요.

두 내외분이 이번에 같이 세례를 받으시면 참 좋겠네요.”

그렇게 해서 그 주 토요일, 세례 문답 하는 자리에 A성도님의 아내인 B성도님이 먼저 도착을 해서 문답을

하게 되었습니다.

 

“B성도님, B성도님께서는 예수님을 어떻게 생각하세요? 예수님은 B성도님께 누구십니까?”

“예. 예수님은 나의 죄를 위해 오셔서 십자가에 못 박혀 죽으시고 부활하신 하나님의 아들이십니다.

저는 예수님을 믿음으로 하나님의 자녀가 되는 것을 믿습니다.”

그녀는 사도신경을 암송할 뿐 아니라, 그 내용을 다 믿으며 주기도문도 잘 외워 보입니다.

결혼 전엔 불교를 믿었고, 교회 다니기는 한가족교회가 처음이라는 분이 이렇게 신앙고백을 하는 모습을

보면서 담임목사 된 저는 기쁜 마음으로 축복하며, 세례 교인으로서 마땅한 삶의 모습과 교회에서

어떤 권리와 책임이 있는지를 설명합니다.

 

이윽고 그녀의 남편인 A성도님이 도착했습니다.

헐레벌떡 들어오는 모습이 한눈에 보기에도 바쁜 일정을 쪼개어 왔음을 짐작하게 했습니다.

머리를 긁적이며, 세례 문답 공부를 많이 못했다는 그에게 저는 문답을 시작합니다.

“A성도님, 세례 문답 공부를 많이 못하셨다니까 다른 어려운 것은 묻지 않겠습니다.

 한 가지만 질문할 테니까 솔직하게 대답해주시기 바랍니다.

A 성도님, 성도님께서는 예수님을 어떻게 생각하세요? 예수님은 성도님께 누구십니까?”

그는 잠시 당황하는 기색입니다. 저는 질문이 너무 긴가 싶어서 다시 질문을 던집니다.

 

“A 성도님, A 성도님께서는 자신이 하나님 앞에서 죄인임을 인정하십니까?”

 

“글쎄요… 그렇게까지는 생각하지 않는데요?”

 

(순간 목사인 내가 오히려 당황하여 침을 꿀꺽 삼키며)

“A 성도님, A 성도님께서는 하나님께서 A 성도님을 위해서 그 아들 예수 그리스도를 보내시고,

그 예수를 믿음으로 하나님의 자녀가 될 수 있게 하심을 인정하고 믿습니까?”

“잘 모르겠습니다. 저는 그렇게 믿지 않는 것 같습니다.”

A 성도님은 솔직하게 말하라니까 정말 솔직하게, 그러나 눈치 없게(?) 말합니다.

마침내 저는 이 문답의 결론을 내리기로 합니다.

 

“A 성도님, 세례 문답 불합격입니다.”

 

순간 A성도는 눈이 커지는가 싶더니 얼굴이 벌게집니다. 저는 내친김에 한마디 더 합니다.

“A 성도님, 예를 들어 제가 A 성도님의 결혼식 주례를 서는데, 신부에게 묻기를

‘신부 아무개 양은 신랑 A 성도를 남편으로 맞아 괴로우나 즐거우나 건강할 때나 병들 때나 변함없이 사랑

하겠습니까?’라고 물어보았는데,

‘글쎄요… 그렇게까지는 생각지 않는데요?’하든가,

‘잘 모르겠습니다. 저는 그렇게 생각지 않는 것 같습니다’ 한다면 그 결혼식을 어떻게 해야 할까요?”

그는 웃으면서 “안 되지요” 합니다.

저는 그 말을 받아서

“예, 그래서 이번에 A 성도님은 세례를 드릴 수 없습니다. 바쁜 데 시간을 내어 오셨지만,

오는 12월 성탄절에 세례식이 있는데, 그때까지 성경도 더 읽으시고,

예수님이 누구신지 좀 더 분명히 믿어지실 때, 그때 다시 문답하기로 합시다.”

그리고 저는 이 분을 위해 하나님께서 믿음을 허락해 주시기를 간절히 기도하고 축복하여 보냅니다.

그가 나간 후, 이미 문답을 끝내고 합격한 그의 아내 B 성도님에게 따로 전화를 합니다.

“B 성도님, 이번에는 세례를 받지 마시고, 부군과 함께 두 내외분이 오는 12월 성탄절에 받으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같이 문답했는데, 누군 받고 누군 못 받으면 남편 입장에서 좀 자존심이 상할 수 있거든요. 부군을 배려하는 것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부활절 주일.

A 성도님 부부의 이름으로 『세례 문답 떨어진 감사헌금』이 드려졌습니다.

저는 이 모습을 보며, 두 분이 시험 들지 않아서 감사하고, 한편으로는 예수님과의 관계가 분명치 않은

열심은 열심이 특심(特甚)할수록 문제가 되는 것이기에 성도들의 신앙을 너무 낙관적으로만 봐서는

안 되겠다는 긴장감도 갖게 되었습니다. ♣

 

    교역자. 시흥 한가족교회

    인터넷 갈릴리마을 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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