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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 더벅머리 총각처럼

안산차도리 2008. 11. 4. 15:35

착한 더벅머리 총각처럼

 

한재성(카자흐스탄)

 

참새 새끼 한 마리가 둥지에서 떨어졌다. 사택과 처소를 건축 중에 있는 공사장 바닥에 짹짹

소리가 나서 쳐다보니, 둥지에서 어설프게 날다가 떨어진 참새 새끼 한 마리였다.

그래서 다시 둥지에 올려놓으니 다시 뛰어 내린다.

그래서 집으로 데려와 카나리아 수컷 한 마리가 있는 작은 새장에 함께 넣어 주었다.

더벅머리 노오란 수컷 카나리아는 재작년에 시장에서 사왔다.

그때 이 녀석은 뒷머리가 거의 다 빠져서 사람들에게 팔리지 않던 놈이었다.

그래서 보통 카나리아 가격보다 반값도 안 되는 가격에 내어 놓았던 것이다.

나는 머리가 빠져서 별로 예쁘지 않은 카나리아지만, 솔직히 가격에 끌리어 사 왔다.

그런데 볼품없어 보이는 더벅머리 총각 카나리아가 매일 매일 얼마나 아름다운 소리로

나의 귀를 즐겁게 해 주었는지 모른다.

아내는, 2년 가까이 혼자 살아 온 더벅머리 총각이 불쌍하다고 암컷 카나리아를

한 마리 사서 넣어 주자고 했다.

그 심정을 내가 잘 알고 있지만, 만약 암컷을 한 새장 안에 넣어 준다면,

수컷 카나리아는 더 이상 아름다운 소리를 들려주지 않을 것이기에 나는 솔직히 싫었다.

아내는, 당신이 혼자 있었을 때를 생각해서라도 짝을 지어 주라고 강권했다.

결국, 아내의 성화에 못 이겨 암컷 카나리아를 사서 짝을 지어 줬다.

홀로 있었던 시간이 길어서일까? 더벅머리 총각은 암컷과 쉽게 친해지지 못하였다.

또한 더벅머리 총각은 더 이상 그 아름다운 소리도 내지 않았다.

‘후, 이제는 더 이상 이 녀석의 소리를 못 듣게 되나?’싶어 내 마음은 왠지 즐겁지 않았다.

그런데 며칠도 못가서 암컷이 갑자기 죽고 말았다. 새를 오래 키워봤지만,

이렇게 쉽게 새가 죽는 것은 처음 보았다.

원인을 파악해 보니, 아내가 양배추를 넣어 준 것을 먹고 죽은 것이었다.

양배추는 사람에게도 자주 가스를 차게 하는데, 조그만 배에 양배추를 그렇게 뜯어

먹었으니, 아마도 가스가 차서 죽은 모양이다.

새가 죽은 것에는 속이 상했지만, 다시 찾은 기쁨은, 더벅머리가 다시 아름다운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생각해 보면, 이것은 온전히 나의 이기적인 모습이 아닐 수 없다.

카나리아가 아름다운 소리를 내고 있는 것은, 짝을 찾는 ‘절규’요 ‘애통’의 소리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나는 그 작은 미물의 절규하는 소리를 오히려 즐기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짝이 생겼을 때 나의 즐거움이 사라진 것에 못내 싫어했던 것이다.

 

어쩌면 죄로 물든 사람들의 심리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싶다.

나의 즐거움을 위해서, 내가 위로받고 싶어서, 다른 사람의 절규와 애통함을 오히려 즐기고

 있지는 않았는지…

한편으로는 그 절규하는 자를 위해서 기도하기 시작했을 것이다.

그리고 하나님은 그 기도를 들어 주시고, 다시는 그 절규자의 울부짖음을 듣지 못하게

되었다. 절규자의 소리를 더 이상 못 듣게 된 것에 그 동안 그것을 감상해 오던 사람들의

마음에 「싫어버린 바」가 되었다.

사촌이 땅을 사면 왜 배가 아플까? 내가 산 것처럼 함께 기뻐하면 안 되는 일일까?

하나님의 온전하고도 기뻐하시는 모습으로 그 분의 형상을 따라 지음 받은 우리는,

‘하나님의 사람’인 것이다.

지금 내게 있던 더벅머리 총각 카나리아는 더 이상 울지 않는다.

그리고 이 녀석의 하루는 무척이나 바빠졌다. 바로, 참새 새끼 한 마리 때문이다.

놀라운 사실은, 카나리아 총각이 참새 새끼 한 마리를 지극정성으로 먹이를 먹여주고

있다는 것이다. 자기가 낳은 새끼도 아닌데…

아니, 이 녀석은 새끼를 낳아 본 적도 없는데… 동물적인 본능일까?

자기와 같이 홀로된 자에 대한 동병상련일까?

 

사람들 사는 세상에서도 고아를 돌보는 일이 칭찬꺼리가 되거늘, 더벅머리 카나리아

총각의 참새 새끼 돌봄은, 오늘 나에게 큰 감동을 주고 있다.

나는 지금 이 녀석이 앞으로 다시 울지 않게 되어도 좋다.

아름다운 소리만을 내는 것보다, 더 아름다운 선행을 보았기 때문이다.

하나님을 믿는 사람들도 그리했으면 좋겠다.

아름다운 소리만, 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아름다운 행함, 선행이 우선되었으면 좋겠다. ♣

                                

 우크라이나에서

한재성, 원정윤 선교사 올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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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인의 글:

 

한재성 선교사님은 카자흐스탄에서 선교하시다가 현지인에게 아내를 무참히 살해당한

큰 아픔이 있는 분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내를 죽인 그 나라를 품고 다시 그 땅으로 들어가셨습니다.

하나님의 은혜로 새로 맺어주신 귀한 아내 원정윤 선교사님과 함께요.

7월에 딸을 출산하셨다고 합니다. 함께 축복해주세요~*^^*

한 선교사님께서 선교현장에서 참혹하게 아내를 잃어버리고 마음을 찢는 애통의 기간에

많은 이들이 함께 아파하였습니다.

그러나 하나님의 은혜로 새 짝과 맺어진 후에 어느 분이 선교사님 홈페이지에 찾아와서

‘배신감 느꼈다’는 글을 올려놨더군요.

선교사님께서 지금도 너무너무 슬퍼하며 애통하고 있을 줄 당연히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래서 그 애통이 자기에게 위로가 되는 걸 조금은 즐기고(?)있었을 텐데

그것이 사라져서 배신감을 느꼈다는 걸까요?

카나리아의 절규하는 소리를 즐기려했다는 선교사님의 고백처럼, 나의 즐거움을 위해서,

내가 위로받고 싶어서, 다른 사람의 절규와 애통함을 오히려 즐기고 있지는 않았는지…

교통사고로 전신에 중화상을 입은 지선씨가 너무 고통 중에 있을 땐 많은 이들이 위로하며

찾았습니다.

그러나 화상으로 흉측했던 얼굴이 조금씩 나아져가고 씩씩하게 유학생활을 해나가는

지선씨에게 예전만큼의 관심이 덜 가는 것이 사실입니다.

고난 당하는 자나 약한 자를 보며 위로를 느낀다는 것을 어떻게 보아야할지는 잘 모르겠습

니다마는, 내 약함 중에 강함 되시는 그 하나님의 은혜를 누리는 삶이 복된 삶인 것을 드러

내며 살고 싶습니다.

추천인: 마중물(필명)  

인터넷 갈릴리마을 가족

2008년 9월호의 내용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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