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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맥(情脈)-정(情)이 흐르는 핏줄(脈)

안산차도리 2012. 7. 17. 21:42

 

<사진캘리그라피 출처는 임정수디자인>

 


어렸을 때, 어머니가 헝겊 조각을 이어 만든 퀼트 이불이 있었습니다.

저는 그 이불을 정말 좋아했지요.

퀼트야 말로 평범한 작은 것들이 갖고 있는 숨겨진 아름다움의 완벽한 발현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버려질 수도 있는 작은 헝겊 조각들을 하나씩 이어 붙이면 제각각 다른

헝겊 조각들이 전혀 새로운 아름다움을 이루었습니다.

인간세계도 마찬가지입니다.

가난하고 무지하고 보잘것없는 사람들은 무시당하고 외면되고 소외되지만, 그들의

가치를... 믿는 사람들과 만나는 순간에 그들의 특별한 재능과 아름다움은 마침내 빛을

발하기에 오늘은 트레버 B. 쿼크 의 이야기를 전합니다

나는 지방에서 작은 사업체를 운영하는 사람이다.

그리고 이따금 빈민가에 있는 무료 급식 시설에 가서 자원 봉사자로 일을 한다.

어느 날 나는 식당 뒷골목을 청소하다가 한 늙은 부인이 모퉁이에서 걸어오는 것을

보았다.

그녀는 꽃무늬가 그려진 낡은 치마에 색이 바랜 노란 털 스웨터와 닳아빠진 검은색

신발을 신고 있었다.

그날 밤은 몹시 추웠는데도 그녀는 양말조차 신지 않은 상태였다.

양말을 어디다 버렸느냐고 묻자 그녀는 자기에겐 양말이 원래부터 없었다고 고개를

저었다. 마지막으로 양말을 신어 본 것이 언제인지 기억에도 없다는 것이었다.

가난한 노부인을 바라보면서 나는 그녀가 많은 도움을 필요로 하고 있음을 알았다.

하지만 그 자리서 내가 그녀에게 베풀 수 있는 건 따뜻한 양말 한 켤레뿐이었다.

나는 운동화를 벗고 내가 신고 있던 흰 양말을 벗어 그 자리서 그녀에게 신겨 주었다.

그것은 사실 아주 사소한 친절에 지나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는 깊은 감동들 받은 듯, 마치 할머니가 손자를 바라보는 듯한 사랑이

넘치는 시선으로 나를 쳐다보았다. 그리고는 내 손을 잡으며 말했다.

"고마워요, 정말 고마워요.

 내가 세상에서 가장 원하는 것이 한 가지 있다면 그건 밤에 따뜻한 발로 잠자리에

 드는 일이라오. 언제 마지막으로 그랬었는지 기억조차 없지만 말이야."

 

그날 밤 나는 가슴 뭉클한 기분으로 집에 돌아왔다.

이튿날 저녁 내가 또다시 무료 급식 시설에서 일하고 있을 때 두 명의 경찰관이 걸어

들어왔다.

그들은 한 여성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고 있었다.

이웃 사람이 그녀가 죽어 있는 걸 발견했다는 것이었다.

경찰은 내게 그 여성의 사진을 보여주었다.

난 사진 속의 얼굴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

바로 어젯밤 내가 양말을 신겨준 그 노부인이었다.

내가 놀라서 물었다.
"무슨 일이죠? 이 노부인에게 무슨 일이 일어 났나요?"

경찰은 그녀가 가족도 친구도 없는 늙은 과부라고 말했다.

두 블록쯤 떨어진 난방도 안되는 낡은 판잣집에서 그녀 홀로 살고 있었다.

그런데 그녀를 이따금 방문하는 이웃 사람이 아침에 그녀가 죽은 것을 발견했다는 것

이었다.

나를 쳐다보며 말했다.

"그런데 이상한 점이 한 가지 있었소.

 검시관이 시신을 내갈 때 내가 그 자리에 있었는데, 죽은 그녀의 얼굴에 매우 만족

 스런 미소가 지어져 있었소.

 맹세코 말하건대 아주 행복하고, 편안하고, 평화로운 표정이었소.

 나도 죽을 때 그런 표정을 지을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이 들정도였소.

 그처럼 불행한 처지에 있는 노인이 어떻게 그런 만족스런 미소를 지을 수 있었는지

 모르지만 말이오."

 

나는 노부인이 겪어야만 했을 힘들고 궁핍한 삶을 생각하면서 그날 밤 집으로 돌아

왔다. 그러다가 문득 내가 그녀에게 양말을 신겨줄 때 그녀가 한 말이 생각났다.

"내가 세상에서 가장 원하는 것이 한가지 있다면

 그건 밤에 따뜻한 발로 잠자리에 드는 일이라오."

 

내가 그 노부인에게 물질적으로 해준 것은 아주 작은 것에 불과했다.

하지만 그녀가 지상에서 보낸 마지막 날 밤에 따뜻한 발을 하고 잠자리에 들 수 있었

음을 나는 지금도 기억하고 있다.

 

서울교대 교육대학원 계숙희 교수 페이스북 강의

'페친님들과 공개강의에서'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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