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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우리가 먹어요.

안산차도리 2012. 3. 13. 09:34

이거 우리가 먹어요

 

황 대 연

 

해마다 명절이 다가오면, 교인들 중 담임목사인 저희 가정을 위해 명절 선물을 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자동차 안에 살짝 놓기도 하고, 예배 후 사택으로 찾아와 선물만 건네주고 달아나듯

가시는 분도 있고, 새벽기도 후 살짝 목양실에다가 선물을 놓고 가는 분도 있습니다.

선물들은, 참치 캔, 각종 과일, 또는 홍삼 음료나 식용유 세트도 있습니다.

모두들 박봉을 가지고 열심히 살아가는 서민들인데(저희 교회는 개인 사업을 하는

분들이 거의 없습니다), 고향으로 내려가면서 저희까지 신경써준 것이 고맙고 감사

해서 진심으로 축복해줍니다.

그런데 이렇게 선물을 받으면 저희는 포장을 뜯지 않습니다.

교회에서는 담임목사이지만, 개인적으로는 저희도 한 해 동안 받은 바 사랑과

고마움에 감사를 표할 데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렇게 들어온 선물은 또 다시 적절히 다른 곳으로 재배정(?)됩니다.

지금까지 선물은 항상 그렇게 쓰였습니다.

 

그런데, 금년에는 어찌된 일인지 홍삼 음료가 세 개나 들어왔습니다.

아마 성도님들 눈에 제가 이젠 건강에 좀 더 신경을 써야할 때로 보이든지, 아니면

홍삼 음료 마시고 목회에 힘을 더 내라는 뜻일까요?

그런데 예년처럼 이리저리 다시 선물할 곳을 생각하던 아내가 조심스럽게,

홍삼 엑기스 하나를 가리키며 “여보, 금년에는 이거… 우리가 먹어요” 합니다.

 

언제나 자신을 챙기기 보다는 다른 사람을 먼저 배려하는 아내는 얼마 전부터 갱년기

증상을 느끼고 있습니다.

물에 젖은 솜처럼 피곤해 새벽에 못 일어나는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저는 별 생각 없이 “그러지 뭐. 당신 좋은 대로 해요” 합니다.

내가 사주지도 못하는 것, 기왕에 들어온 것 중에 하나 먹자는데 반대할 이유가

뭐 있겠습니까?

 

조금씩 함께 살아온 날들이 더해져갈수록 더 귀하게 느껴지는 사람은 아내입니다.

들어온 선물들은 그렇게 명절을 전후하여 또 다른 곳으로 돌림이 되어 나가고,

마침내 남은 홍삼 엑기스가 정말 아내에게 힘이 되고, 큰 위로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입니다. ♣ 

 

교역자. 시흥 한가족교회

인터넷 갈릴리마을 가족

쪽지 해와달 2012년 3월호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