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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논둑 높이지 않기

안산차도리 2010. 3. 4. 13:22

내 논둑 높이지 않기

 

유치원을 경영하는 교회 형님 한 분이 계십니다.

며칠 전에 그분과 대화중에 참 멋진 이야기를 하나 들었습니다.

형님 내외분은 기도 중에 몇 년 전, 허가 정원이 130명이지만 원아가 채 30명 겨우 되는 유치원 하나를

인수하였고, 사랑을 듬뿍 쏟아 부은 결과 불과 한 해 뒤엔 정원을 채웠으며, 지금은 소문이 나서

학부모들이 너도나도 이 유치원에 자녀들을 보내려고 난리여서 매년 10월이면 이미 다음 해 정원이

마감되는 유치원이 되었습니다. 학부모들 사이에 입학 경쟁이 아주 치열한 것입니다.

하도 정원을 늘려 달라는 요청이 많아서 형님 내외분은 시설을 증축하여 정원을 늘여야겠다는 마음을

먹었습니다.

 

그것은 여러 면에서 옳은 일일 수 있습니다.

지극히 합법적이며, 사랑으로 가르치는 좋은 환경에서 아이들을 양육하고픈 부모들의 선한 욕구를 충족

시켜줄 수 있으며, 더 많은 어린아이들을 믿음과 사랑으로 보살피고 가르칠 수 있으니 기독교 사역적인

측면에서도 매우 바람직한 결정일 수 있었습니다.

정원이 늘어나면 그만큼 재정적 수입도 늘어날 수 있을 것이고, 그렇게 늘어난 재정을 더 귀한 일에

재투자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렇게 계속 성장해 간다면, 이 도시에서 가장 크고 훌륭한 유아 교육기관

으로 변모하지 말라는 법도 없을 것입니다.

그것을 하나님께서 내리신 은총이라며 영광을 주께 돌릴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근처의 다른 유치원 원장이 찾아와 형님네 유치원 원아모집 마감일이 언제냐고 묻더

랍니다. 그 이유를 물으니, 형님네 유치원 모집 마감일이 지난 다음 날짜를 자기들 유치원 원아 모집

시작 날짜로 잡겠다는 것입니다. 다시 말하면, 형님네 유치원에 미처 들어가지 못한 아이들을 자기들이

받겠다는 말이었습니다.

그 이웃 유치원 원장님 말을 듣고 형님 내외분은 시설을 증축해서 정원을 늘이겠다는 생각을 고쳐 먹었

답니다.

나의 논에서 물이 흘러 넘쳐 다른 사람의 논에도 흘러가게 해야지,

내 둑을 더 높여 남의 논에 흘러가는 물까지 가두는 일은 하지 않아야겠다고 말입니다.

그것이 주 예수님께서 기뻐하시는 일이라 판단하였습니다.

 

형님의 그 이야기를 듣는데,

문득, 자기 가게로 손님이 많이 몰리자 맞은 편 가게로 손님들이 가도록 만들었다던 일본의 크리스천

소설가 미우라 아야꼬 가 생각났습니다.

무슨 대단한 가게도 아니고 기껏 동네의 자그마한 구멍가게를 하고 있던 그녀였는데 말입니다.

그녀의 맞은 편 구멍가게도 형편이 그녀 가게 못지 않았던 모양입니다.

참 착하고 고운 마음들입니다.

이런 분들이 우리 삶의 터전 가운데 보석처럼 박혀 있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지 말입니다.

그리고, 이런 사람들 덕분에 내 논에도 물이 차고 있음을 알았습니다.

자신들의 가정에 하나님께서 내리신 복을 더 많이 축적하기 위해 금고와 은행잔고의 둑을 더 높이

쌓을 수도 있는데, 그리고 그렇게 하는 것을 어느 누구도 비난할 수 없는 정당한 일인데도,

그 둑의 높이를 더 이상 높이지 않고, 그들에게 내려진 여러 은총과 복을 다른 데로 흘려보내는 이들…

그분들 때문에 더욱 많은 이웃들이 먹고 살며 또한 저와 같은 사역자들도 먹고 살며, 또 여러가지 복음의

사역들이 가능한 것입니다. 그 사실을 깜빡 잊고 있었습니다.

저는 그런 착한 형님을 알고 있어서 참 좋습니다. ♣

 

갈릴리마을 해와 달
2010년 2월호에서 발행인 최용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