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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사님 이제는

안산차도리 2010. 2. 4. 14:07

목사님 이제는

황대연 목사

 

지난 주일이었습니다.

저희 교회 찬양 팀을 이끌며, 찬양대를 지휘하는 K형제가 면담을 청해왔습니다.

시기적으로 때가 때이니 만큼, 이렇게 각 부서를 맡은 사람들이 면담을 청해오면, 특정 사람들을 보강

해 달라든지, 아니면 일을 좀 놓고 싶다든지 하는 목회적 요청이기 마련이어서 속으로 좀 긴장을 합니다.

아니나 다를까...

목양실에 함께 들어온 K형제 부부는 지금까지 한가족교회를 통해 하나님의 은혜를 누리며 살아온 것을

감사드린다며

“목사님, 이제는 결정해야 할 것 같습니다... 금년 말까지만 섬기고, 내년부터는 집 근처의 교회를 찾아

 섬겨야할 것 같습니다...”

사실, K형제는 3년 전 교회로부터 멀리 떨어진 김포 검단으로 이사를 갔습니다.

심방을 가보니 가는 데만 자동차로 한 시간이 넘게 걸렸습니다.

2년 전, 그때도 교회를 옮겨야 할 것 같다는 이야기가 나왔었고, 제 마음에도 그래야할 것이라는 생각을 했었

습니다. 그래서 저희 부부는 개척교회에 나와 찬양대를 만들고, 찬양을 인도하며 몇 년을 귀하게 섬긴 K 형제

부부를 축복하며, 어디를 가든지 힘내서 신앙생활 잘 하라는 뜻으로 우리 부부가 은혜를 받았던 어느 수련회

에 보내주는 것으로 작별의 선물을 대신했었습니다. (3박4일간 진행하는 그 수련회는 일인당 등록회비가 20만

원이나 할 정도로 여러 가지 다채로운 컨셉을 포함한 수련회입니다.)

수련회를 다녀온 K형제 부부는 어찌된 일인지 교회를 옮기지 않고 계속 나왔습니다.

찬양팀도, 찬양대도 여전히 이끌었습니다.

“안가요?”

“예... (멀어서 힘들지만) 조금 더...”

그렇게 2년을 지내오고 있었는데... K 형제는 잠시 침묵 후 말을 이었습니다.

“다해(초등학교 5학년짜리 딸)가 친한 친구들과 함께 교회를 다니고 싶어 합니다.

 그리고 친구들 전도도 하고 싶데요...”  

저는 그 말을 들으며 이 부부를 처음 만났던 9년의 세월을 거슬러 올라갑니다.

어느 수요일 저녁예배 때, 아이 하나를 걸리고, 하나는 등에 업고 교회를 찾은 젊은 새댁 J 자매...

그리고 두어 주일 지난 후, 그녀의 남편 K형제가 등록을 했고, 아이들은 교회 유치부부터 주일학교를 빠짐없이

그렇게 잘 다녔습니다.

아이들은 다 이쁘지만, 얘네들은 "목사니임~!” 하면서 제게 착착 안기기도 하고, 애교도 많아서 귀염성이

있었습니다.

이제 아이들이 커가면서 영적인 욕구도 더 생기고, 친구들을 전도하며 친구들과 함께 신앙생활을 하고 싶어

한다는 말에 저는 마음이 무너짐을 느낍니다.

찬양대 연습도 있고 해서 부모가 아무리 일찍 서둘러도 검단에서 출발하여 교회에 도착하는 시간은 주일 오전

9시 30분. 오전 9시에 시작하는 어린이 예배는 거의 끝나가고, 거리가 멀어 동네 친구들도 없고...

아이 입장에서는 점점 생뚱맞은 느낌이었을 것입니다.

‘그래... 보내야지. 보내야 한다...’

저는 애써 밝은 얼굴로 두 사람의 손을 잡아줍니다.

“그동안 애썼어요. 고마워요... 사실은 2년 전에 교회를 옮길 줄 알았는데, 한가족 교회를 사랑하고 섬겨온

 두 부부의 마음, 하나님께서 이미 다 받으신 줄 믿어요.

 다해, 다인이도 소중한 한 영혼인데, 아이들이 자라면서 또래들과 함께 신앙생활을 잘 하도록 해야지요...”

그리고 축복하며 기도하는데 훌쩍이는 다해 엄마 J 자매의 기척에 저도 눈물이 납니다.

“목사님, 송구영신 예배 때까지 있을 거예요...

 그리고 다시 이쪽으로 이사 오게 되면 다시 한가족교회로 나올 거예요...”

“그래요, 그래야지요...”

주일 모든 예배를 마치고, 모두들 돌아가고 불 꺼진 텅 빈 예배당에 홀로 앉아있는데

갑자기 눈물이 쏟아집니다.

그동안 교회를 떠났던 이 사람, 저 사람의 얼굴이 떠오르며 정말 가슴이 통증으로 아프고 먹먹해지면서 꺽꺽

소리가 날 정도로 통곡이 나옵니다.

얼마를 그렇게 울었을까...

이번에는 마음 한쪽에 시원한 바람이 불어옴을 느낍니다.  

‘그래... 하나님의 양들인데... 하나님께서 어련히 잘 지켜주실라구...’

 

큰숲 맑은 샘 2010년 2월호 목회일기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