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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를 작게 하는 사람

안산차도리 2010. 1. 11. 17:20

문제를 작게 하는 사람

 

몇 달 전, 내가 살고 있는 아파트 아래층에서 사람이 올라왔다.

욕실에 물이 떨어지는데 한번 점검해봐 달라고.

몇몇 분에게 물어보니, 위층에서 물이 새어 아래층에 피해를 입히면 무조건 위층에서 다 고쳐주어야

하는 게 법이란다. 수도관이건 배관이건 어디가 문제이건 모두 위층 부담이란다.

좀 억울했다. 우리가 고의적으로 파손한 것도 아니고, 아파트가 오래 되어서 그런 건데…

그래서 마음이 썩 내키지 않았다.

그래도 할 수 없어 기술자를 불러와보니, 욕실을 모두 뜯어내고 바닥을 다 파헤쳐서 배관을 공사해야

한단다. 비용도 만만치 않고.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집엔 전혀 문제가 없으니 미뤘다.

나도 모르게 차일피일 미루다 보니 몇 달이 흘렀다.

 

몇 달 만에 아래층에서 아주머니가 또 올라왔다. 혹시 공사는 했느냐고 묻는다.

깜빡 잊고 공사를 못했다면서 곧 하겠다고 하니, 그럼 부탁한다고 정중하게 말하곤 내려갔다.

그러고 또 한달 가까이 흘렀다. 정작 우리 집엔 피해가 없으니 자꾸 잊게 되었다.

 

그러다가 1주일 전, 아차 싶어 기사를 불러 수리를 하게했다.

공사가 완료된 후 아내가 아래층에 확인하러갔다. 공사를 했는데 이젠 물이 안 떨어지느냐고.

아랫집 아주머니가 또 생글생글 웃으며 대답하더란다.

욕실에 남편이 세숫대야를 받쳐놓고 있는데, 요샌 어떤지 남편 오면 한번 물어보겠다며 상냥하게

대답하더란다.

다녀온 아내가 감탄을 한다.

“참 좋은 사람들이다. 참 귀한 사람들이다.

 문제를 작게 하는 사람, 작게 만들 줄 아는 사람들이다.”

혼자 감탄을 하고 있다.

 

내가 물었다.

교회는 나가는 사람이더냐고. 문에 교패(敎牌)가 없는 걸로 봐서는 교회는 안 다니는 것 같단다.

내가 혼자서 속으로 주억거렸다.

“정말 좋은 사람들이구나. 신앙의 여부를 떠나서 정말 좋은 사람들이구나.

 당위성 때문에 방방 뛸 수도 있고, 아무것도 아닌 문제도 자기문제가 되면 크게 크게 확대 밖에

 할 줄 모르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데…”


 그분들에게서 배운다.

문제를 작게 하라고, 큰 문제도 작게 할 줄 아는 사람이 되라고,

아무것도 아닌 문제, 작은 문제를 크게 크게 확대만 해대는 악한 사람이 되지 말라고 말이다.

불신자들에게서도 이렇게 배울 것이 많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확인하며,

다시 한 번 겸허함을 깊이 새겨본다.

 

해와달 2010년 1월호에서 김양규 칼럼에서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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