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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쩔 수 없는~

안산차도리 2009. 10. 29. 22:47

어쩔 수 없는


병원에서 업무용으로 쓰는 컴퓨터가 고장이 났다.

수리기사를 불러보니, 메인보드와 하드가 나갔다고 하고 윈도우도 깨졌다고 다 갈아야 한다고 했다.

견적은 19만 2천원.

요새 컴퓨터 본체 30만원이면 사는데 수리비가 너무 든다고 생각했지만 방법이 없었다.

어쩔 수 없이 다 갈았다.

 

그리고 다음날, 담당 간호사가 나에게 와서 말한다.

“컴퓨터를 열어보니 메인보드와 하드가 교체되지 않았던데요.”

“어떻게 알았니?”

“살짝 표시를 해뒀었거던요.”

수리기사를 불렀다. 사실을 확인시켰다.

꼼짝할 수 없는 증거에 연신 미안하다고만 한다. 내가 지불한 돈을 다 돌려주겠다고 한다.

회사에 전화를 냈다. 책임자를 불러 호통을 쳤다.

당신들 장사를 그렇게 하느냐고, 그렇게 세상을 살아가느냐고.

쩔쩔매는 그들에게 한마디 했다.

열 배의 배상을 해라, 그러지 않으면 가만 있지 않겠다. 씩씩거리며 고함을 질렀다.

회의를 하고 결과를 6시까지 알려드리겠다며 조금만 기다려달란다. 그리곤 전화를 끊었다.

 

그런데… 그런데… 그러고 나니 마음이 참 편하질 않았다.

분명, 분명 내가 할 말을 했는데, 할 수 있는 소릴 했는데 왜 내 마음이 이렇게 불편하지…

6시까지라면 아직 다섯 시간이 남았다. 하지만 나는 10분도 못되어 내 손으로 다시 전화를 걸었다.

그리곤 말했다.

“나는 크리스천이다. 당신들이 한 행위를 생각하면 10배를 배상받아도 싸겠지만 내가 참겠다.

 내가 지불한 돈만 돌려주면 아무 문제 삼지 않겠다.”

저쪽에선 감지덕지, 고마워서 어쩔 줄 모른다. 그렇게 그 일은 일단락이 됐다.

 

크리스천이기 때문이다. 어쩔 수 없는 크리스천, 예수쟁이이기 때문이다.

남을 용서하지 않고는 살 수 없는,

남의 행위를 곧이곧대로 갚아서는 도무지 마음이 편치 않는 크리스천이기 때문이다.

돈 때문에 하나님의 나라를 잃어서는 안 되는, 홧김에라도 하나님의 나라를 깨뜨려서는 안 되는,

설령 1회전에서는 깨어먹었다 하더라도 2회전에선 또 반드시 회복해야 하는 크리스천이기 때문이다.

그러지 않으면 기도가 막히기 때문이다.

남의 실수를, 남의 잘못을 용서하지 않으면,

내 잘못, 내 실수 또한 하나님이 용서해주지 않으실 것이기 때문이다.

어떠한 일이 있어도, 하나님이 주신 평강, 하나님의 나라를 깨뜨려서는 안 되는,

그것을 깨뜨릴까봐 노심초사하는 크리스천이기 때문이다.

난 정말 어쩔 수 없는 크리스천이기 때문이다.

 

월간쪽지 해와 달 2009년 10월호에서
김양규 한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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