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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출난 마음과 눈

안산차도리 2008. 11. 4. 15:45

몇달 전 오랜만에 한국 비디오를 볼 기회가 있었습니다. 

뉴저지에 사시는 이모네 집을 방문했다가 사촌들과 같이 한국 비디오를 보게 되었는데, 

‘칭찬합시다’ 라고 전에도 본적이 있었던, 비교적 다른 한국 show들에 비해 상당히 의미 있고 감동 있는 

그런 프로그램이었습니다. 

사회 속에서 보이지 않게 섬김과 봉사의 삶을 사는, 칭찬 받아야 될 사람들을 찾아가 그들의 삶을 알리며, 

또 칭찬을 받은 사람으로부터 칭찬해 주기를 원하는 다음 사람을 추천 받아 계속 relay식으로 진행되는 

그런 TV show이었습니다. 

 

제가 보았을 때는 마침 작년 DMZ(비무장 지대 : 남북한 군사 분계선 내에 위치한 지역)에서 발생한 

지뢰 폭발 사건 때 자신의 부하들을 보호하며, 지뢰를 밟은 두 부하를 무사히 안전지대로 옮긴 이창명 중령님

을 찾아가 칭찬을 하는 순서였습니다. 

이 전 방송에서 칭찬을 받은 한 아이가 몇 달 전에 TV 뉴스에서 본 이 분을 칭찬해 드리고 싶다고 해서 

찾아 간 이 중령님은 아직까지도 논산 국군 수도 병원에 입원해 계셨습니다. 

 

사고는 하필 신임 대대장의 부임을 일주일 앞두고 일어났다고 합니다. 구 대대장으로서 신임 대대장에게 

인수인계를 하기 위해 마지막 DMZ 순찰을 함께 하던 중 먼저 신임 대대장과 한 중대장이 지뢰를 밟았고, 

그 즉시 이창명 대대장님은 먼저 부하들을 안전지대로 옮긴 후 혼자서 두 부상자를 도우려다가 자신도 

지뢰를 밟아 두 다리를 잃게 된 것이었습니다. 

 

사건이 일어난 지 세 달이 지나 먼저 부상당한 두 부하들은 이미 퇴원을 했지만, 아직도 이창명 중령님은 

병원에서 간호를 받고 계셨습니다. 

대화 내내 차분한 얼굴에 잔잔한 미소를 잃지 않는 이 분의 모습 속에서 전 그냥 무의식적으로 

‘예수를 믿는 분’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가졌습니다. 

한참 대화를 나누다가 진행자가 이창명 중령님께 이런 질문을 던졌습니다. 

 

“솔직히 의식을 깬 후 자신에게 두 다리가 없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 괴롭고 힘들지 않으셨습니까?” 

 

그러자 이 분은 여전히 웃으시며 이렇게 대답하시더군요. 

“사실 제가…크리스천이거든요. 

두 다리가 있었을 때는 두 다리를 가지고 있는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일을 했었다면 

이제는 두 다리가 없는 사람만이 할 수 있는 그 어떤 또 다른 일을 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좀 불편할 따름이지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아직도 많다고 봅니다.” 

 

나중에 이분으로부터 칭찬을 받는 다음 분으로 추천 받게 된 여자 분(군부대에서 도서관을 짓는 운동을 

하시는 분으로서 서로 아시는 사이)이 이창명 중령님에 대해 이렇게 말씀하시더군요.

신문을 통해 사고 소식을 듣고 국군병원을 찾아가 병실 문을 열어보니, 중령님의 두 다리가 없더랍니다. 

그냥 갑자기 흘러나오는 눈물을 주체할 수 없어 울고 계시는데, 이창명 중령님이 밝게 웃으시면서 

이렇게 말씀하시더랍니다. 

“울지 마십시오. 하나님이 특별한 이유가 있어서 저를 축복하신 건데, 왜 우십니까?” 

 

참 별난 분이십니다. 이 분도…. 

멀쩡하던 두 다리를 잃은 장애인 신세가 되었는데도 축복이라고, 아직도 할 일이 많다고, 

두 다리 없는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일이 있다고 말하는 이분의 고백 앞에, 

지난 시간들 속에 있었던 수많은 즐겁고 좋았던 일들 속에 감사하지 못했고, 

또 힘들고 나빴던 일들 속에 원망만 했던 저의 기억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가더군요. 

 

여러분들도 지나간 삶의 여정들 속에서 참으로 많은 일들을 경험했으리라 생각됩니다. 

영원히 간직하고 싶은 기쁨의 순간들, 또 다시 생각조차 하고 싶지 않은 아픔과 좌절의 순간들…. 

 

그런데 참된 예수님의 제자는 

자신의 환경과 상황은 그리 좋지도 않고, 더 나아진 것도 하나 없는데

자신에게 일어나는 일들을 바라보는 마음과 눈이 특출난 사람들인 것 같습니다. 

이 이창명 충령처럼 말입니다. 

 

2001년도 벌써 4분의 1이 지나갔습니다. 

바라기는 앞으로 남은 2001년이, 

여러분들에게 좋은 일들만이 생길 시간들이기를 기도하고 소망하기보다는, 

우리 앞에 다가올 여러 예측할 수 없는 삶의 순간순간들 속에서도, 

이 모든 일들을 바라볼 우리의 마음과 눈이, 

주님이 원하시는 그런 자녀의 마음과 눈이 되기를 

기도하는 우리가 되었으면 합니다. 

그래서 주님의 참 제자들은 상황과 환경을 뛰어넘어 주님의 주님 되심을 인정하는, 

그 분의 진짜 백성들임을 이 세상 속에 드러내는 저와 여러분이 되기 원합니다

 

♡ 월간쪽지 해와달 2001년 6월호 고창현님이 올린 글을 퍼왔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