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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쪽짜리(?) 성찬식

안산차도리 2009. 10. 15. 10:11

저희는 시화공단을 배경으로 한 도시인지라 객지 생활하는 분들이 많아

설날이나 추석과 같은 명절에는 많은 성도들이 고향으로 내려갑니다.

거의 교인들 70%정도는 내려가는 것 같습니다.

 

게다가 하필 오늘은 10월 첫 주일, 성찬식이 있는 주일이기도 한데,

예배당은 이전한 관계로 작년보다 넓어졌으나,

교회 식구들은 평소보다 적을 것이 예상되어 좀 썰렁하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리고 금년에는 하나뿐인 아들 녀석 마저 군대를 가고 없어서

어딘가 참 허전한 마음입니다.

오늘은 주일 예배후 모두 함께하는 점심식사도 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명절 끝자락에 안 그래도 고향 내려가고 사람이 없는 중에,

그나마 남아있는 사람들도 집안에서 음식준비로 피곤했을 것이기에

오늘 만큼은 교회에서 점심식사를 좀 쉬고 모두들 예배후 곧바로 돌아가

가정에서 가족들과 함께 쉬는 쪽을 택한 것입니다.

성찬식 준비를 맡은 분들도 고향 내려가고 없어 사모인 제 아내가 주일 새벽

예배를 마치고 성찬식용 빵이며, 포도주를 준비하는 모습입니다.

저는 무심코 말합니다.

"여보, 너무 많이 만들지 말아요. 괜히 남으면 다 버리게 되니까..."

그렇게 주일 낮 예배를 드리기 시작하는데,

예배를 여는 "경배와 찬양" 시간만 해도 몇 몇 성도들만 드문드문 자리했을 뿐이었습니다.

(※참고; 저희는 주일 낮 예배 시간에 찬양인도자가 나와 15분 정도는 경배와 찬양을 먼저 합니다.

    다른 교회의 주일 저녁 찬양예배를 상상하시면 되겠습니다.)

저는 속으로, 그래... 이런 날도 있는게지... 다음 주일에는 모두들 건강한 모습으로 볼 수 있겠지...

생각하며 찬양에 집중하다가 이윽고 시간이 되어 강단으로 나갔습니다.

(※참고; 저희는 목사의 자리가 강단에 있지 않고, 회중석 앞자리에 같이 앉아 함께 찬양하다가 찬양인도자가가 찬양을

             합심 기도로 마무리할 때, 목사가 강단으로 나가서 그 기도를 이어받아 계속해서 예배를 인도합니다.)

그런데 이게 웬일입니까...

강단에 나가 회중석을 둘러보니 "역귀성"이라고 길이 밀려 내려가는 대신 고향에서 올라온 타교회 성도들이

전국적으로 20명이 넘게 들어온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 교회성도들도 이번에는 연휴가 짧아 아예 안내려갔거나, 내려갔다가도 서둘러 올라왔고,

추석 명절에, 성찬식이 있는 첫 주일이기도 하니까 새로운 마음과 각오로 시작한다고 평소 장기결석하며

잘 안보이던 약간은 실종(?)되었던 교인들까지 해서 좌석이 꽉 찬 것입니다.

예배위원들은 모자라는 의자들을 가져다가 펴느라 부산한 모습입니다.

아마, 예배당 이전 예배를 드린 이후, 가장 많은 성도들이 참석한 것 같습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습니다.

성찬식용 빵은 그래도 좀 괜찮을 듯 한데, 포도주가 모자라는 것입니다!

그렇다고 강단에 서서 지금 한창 예배를 인도하면서 제가 어떻게 사인을 보내서 사모에게 모자라는

성찬식 준비를 더 하라고 지시하기도 그렇고, 예배 중에 뒤늦게 다시 성찬잔을 준비하기도 여의치 않아

결국 모자라는 대로 성찬식을 진행했고, 성찬위원들은 다른 이들에게 양보하느라 빵만 먹는 반쪽짜리 성찬을

하고 말았습니다.

담임목사인 저는 평소 성찬식 준비를 하는 분들이 있기에 알아서 잘 하므로 참견을 하지 않다가,

이번에 아내가 준비한다고 이번 성찬 준비를 조금만 하라고 공연히 한 마디 거들고,

순종 잘하는 아내 덕분에 포도주는 모자라고...

얼마나 식은땀이 나던지요...

문득, 어렸을 적에 성찬상위에 포도주를 담은 주전자가 있어서 모자라면 다시 따라서 쓰기도 했던 것이

떠올랐습니다.

저는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하면서 성찬위원들에게 말합니다.

"아이고... 오늘 모두들 애쓰셨습니다. 저 때문에 오늘 포도주가 모자랐습니다.

 이렇게 많이들 오실 줄 알았나요...

 오늘 잔을 못 드신 분들은 죄송합니다.

 그래도 외부에서 오신 분들이나 일반 교인들 중에 포도주잔 빠진 분들은 없지요?

 이미 끝난 예배에 다시 성찬식을 하기는 그렇고,

 다음에는 이런 실수가 없도록 좀 넉넉하게 준비해야겠습니다..."

그 때였습니다.

성찬위원 중에 평소 익살이 많은 K 집사님이 한마디 합니다.

"목사님, 다음에는 오늘 못한 사람들 두 잔씩 주시는거죠?"

 

시화 한가족교회 황대연 목사님의 블로그에서 퍼 온 글입니다.

http://hwang.god3927.p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