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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의 기적

안산차도리 2009. 2. 5. 23:17

하나님의 기적

 

                                  김정수

 

며칠 전, 교단 총회장까지 배출한 광주 S교회 목사 위임식에 다녀왔습니다.

위임 받은 A 목사님이 아내의 이종사촌오빠인 관계로 오랜만에 얼굴도 볼 겸 시간을 내서

다녀온 것입니다.

위임식을 마친 뒤, 여러 친인척들과 자리를 함께 했습니다.

그런데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는 중에 어떤 분이 “우리 A 목사는 성공했어!”하고 말씀하시자,

옆에 있던 어른들이 이구동성으로 “맞다”고 맞장구를 쳤습니다.

그런 가운데 어떤 분은

“돌아가신 할머니가 우리 집안을 위해 얼마나 눈물로 기도했느냐?”고,

“그 기도가 이제야 응답된 것 같다”고 하시며 눈시울을 붉혔습니다.

역시 “맞다”는 맞장구가 여기저기서 터져 나왔습니다. 가슴 뭉클한 광경이었습니다.

 

그런데 처가 식구들과 헤어져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기도 응답이 뭔가? 큰 교회 담임목사 된 것이 기도 응답이라면,

나처럼 작은 시골교회에서 사역하는 많은 목회자들은 기도 응답이 안 된 것이라는 말인가?’

한 마디로, 그렇지 않습니다.

나 역시 많은 기도의 후원 가운데 목회를 하고 있습니다.

우리 어머니와 장인 장모님, 그리고 형제 자매들, 또 나를 아는 여러 성도들이 나를 위해

기도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적인 안목에서 보면 ‘성공’보다는 ‘실패’처럼 보이는 자리에 머물러

있지만, 이 역시 기도 응답의 결과요 ‘성공’이라는 사실입니다.

 

여기서 생각할 것이 있습니다.

성도들은 흔히 하나님을 전지전능하신 하나님이라고 고백합니다.

이 말은, 하나님이 원하시면 누구 하나쯤 큰 교회 목사로 세우는 일은 「식은 죽 먹기」라는

말입니다.

그러면 사람들은 성공 운운하고 기뻐하면서 하나님께 감사할 것입니다.

그러면 하나님도 기분이 상당히 업(up) 되실 것입니다.

 

하지만 하나님께 진짜 힘들고 어려운 일은,

하나님을 진심으로 사랑하는 누군가를 작은 교회 목회자로 놔두는 일입니다.

그것도 아주 형편없어 보이는 자리에 놔두는 일입니다.

하나님 편에서 보면, 이것만큼 자존심 상하는 일도 없습니다.

이 일 자체가 하나님께는 「진짜 기적」인 것입니다.

왜냐하면 이런 교회와 목회자를 보면서 사람들은 실패 운운 할 것이고,

심지어 하나님마저 만홀히 여길 것이 뻔하기 때문입니다.

 

목사 안수를 받은 뒤 담임목회를 한 지도 어느덧 만 12년이 지났습니다.

그런데 담임목회를 하면서 요즘처럼 힘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말 그대로 경제 한파를 체감하고 있습니다.

벌써 성도 가정 중에서 세 가정이 농가 부채 문제로 파산한 뒤 고향마을을 떠났습니다.

이들은 고향을 뜨면서 한결같이 “동네 사람들 보기 낯부끄러워서 더 이상 살 수가 없다”고

했습니다.

이들의 심정은 십분 이해하지만, 이들의 말 속에서 자신의 체면과 자존심,

그리고 이웃들에 대한 창피함은 찾아볼 수 있어도,

정작 하나님에 대한 믿음은 찾아보기가 어려웠습니다.

더 큰 문제는, 그들 스스로 자신을 실패자라고 단정해 버리는 데 있었습니다.

더구나 하나님이 그들 자신을 돌봐주지 않았기 때문에 그런 결과가 생겼다고 원망하는 데

있었습니다.

 

그 동안 출애굽(이집트 탈출: 편집자 주)한 이스라엘 백성들이 광야에서 불뱀에 물려 죽은

것은, 먹을 식물이 없고 마실 물이 없었기 때문이 아니라,

하나님에 대한 원망 때문이라는 사실을 수도 없이 가르쳤건만,

그들이 직면한 문제 앞에선 한낱 공염불이 되고 만 것만 같아 더 안타깝기 그지없었습니다.

 

바라기는, 지금이라도 이들이 그들의 삶 속에 벌어진 일들이 짐짓 「하나님의 기적」임을

깨닫게 되기를,

그래서 끝까지 하나님만 바라보고 의지함으로써,

십자가에 못 박혀 죽으심으로 모든 것이 수포로 돌아가 버리는 것처럼 보였던

예수님의 구원 역사가

「부활」이라고 하는 하나님의 방법으로 대반전(大反轉)을 이룬 것처럼,

이들의 인생 역시 하나님의 때에 하나님의 방법으로 인생의 대반전을 이루게 되기를

소망합니다.

 

이것이 사람들이 흔히 생각하는 것처럼 재물에 대한 회복이라고 해도 좋지만,

그보다 먼저

그들이 기대하는 만큼 변하지 않는 환경과 여건 속에서도

「하나님의 평강」을 누리는 것으로 나타나게 되기를 간절히 소망합니다.

왜냐하면, 성도의 인생 목표는 세상적인 성공이 아니라 믿음의 성숙과 성장을 통해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며 그 기쁨으로 사는 데 있기 때문입니다. ♣

 

“나에게는 하나님을 가까이하는 것이 정말 좋은 일입니다.

내가 여호와 하나님을 나의 피난처로 삼았으니

주께서 행하신 모든 일을 널리 전하겠습니다.”(시편 73:28)

 

                              교역자. 광주등림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