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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우니가 아니라 크리스천이오~! ^^

안산차도리 2010. 11. 3. 20:00

브라우니가 아니라 크리스천이오

 

채긍병(미국)

 

브라우니(Brownie).

우리나라에서 집주인 몰래 집안일을 해주는 이가 「우렁각시」라면, 스코틀랜드에선

이런 이를 「브라우니」라고 한다.

스코틀랜드에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에 의하면 브라우니는 밤에 몰래 농가에 내려와

가족이 모두 잠든 사이 조용히 부엌을 청소하고 접시도 닦아 놓고 사라지는 자그마한

갈색의 요정이라고 한다.

 

이번에 내가 공사한 집의 주인은 중풍이 들어 왼쪽을 모두 못 쓰는 할아버지였다.

할머니는 돌아가신 지 오래되었고, 환갑이 채 안돼 보이는 도우미 사내랑 같이 살고

있었다. 도우미인 듯한 분의 사지는 제법 멀쩡해 보였으나 하루 종일 술 냄새를 풍기는

것을 보니 알코올 중독자인 모양이었다.

중풍 든 할아버지를 돕느라 함께 살게 된 모양인데, 오히려 이 분이 더 도움이 필요한 게

아닌가 싶어 보였다. 그래도 심성이 워낙 좋아서인지 수시로 냉수를 내오고, 하루 종일

가슴속까지 시원해지는 차디찬 오렌지 주스를 타서 권했다.

 

두 사람이 볼일을 보러 대여섯 시간 동안 출타를 한다고 했다.

하던 공사를 멈추고 3일째 공사를 하며 보아왔던 고장 난 출입문 세 개를 모두 고쳐

놓았다. 그 중 화장실 문은 문틀보다 문이 더 커서 영 닫을 수가 없는 것을, 문짝을 아예

떼어서 문틀에 맞게 깎아내고 다시 달았다. 그렇다고 큰일도 아니다.

그냥 벨트 샌더(belt sander)로 후다닥 밀면 되는 가벼운 일이었다.

그 외에도 이것저것 목수의 손이 필요한 곳을 찾아서 손을 보았다.

워낙 오래 된 집이라 손볼 데가 아주 많았다. 그렇다고 다 손을 본 것은 아니었다.

쉽고 간편하고 시간이 안 걸리는 것으로 몇 군데 수리를 했을 뿐이었다.

공사를 하다 시간이 좀 남으면 가끔 이런 여유를 부린다.

선(善)을 행한다기보다는 기술을 자랑하고 싶은 교만일 것이다.

 

사실 이 고객의 집이 최초에 지어진 것은 1700년대 말이었는데, 그동안 수없이 많은

보수와 개조를 거쳐 오늘에 이르렀다고 했다.

밖에 나갔다 들어와서 이 모든 것을 확인한 두 노인이 크게 웃으며 이구동성으로

“브라우니가 왔다 간 모양”이라고 했다.

나도 크게 웃으며 “브라우니가 아니라 크리스천이 왔다 간 모양이오”라고 했다.

그러자 둘 중 주인 할아버지가 자기도 크리스천이라고 했다.

공사가 끝나자 텃밭에서 딴 것이라며 오이와 가지, 호박, 고추 등을 한 자루 건넸다.

그리고 집에 돌아가면 집사람과 저녁을 사먹으라고 50불의 팁을 주었다.

브라우니는 무보수라고 하니까 웃으며 강제로 주머니에 찔러 넣어 주었다.

졸지에 돈 받고 일하는 브라우니가 되었다.

매일 햇볕에 그을려 얼굴은 새카맣고 키는 조그마한 동양인이라서 브라우니라고 했나. ㅎㅎ ♣

 

목수. 미국 오하이오.

인터넷 갈릴리마을 가족

필명: 타작마당

갈릴리마을 해와 달 2010년 9월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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